[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정부가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며 지난달부터 열고 있는 장관급 회의체 '경제활력대책회의'가 장관들의 참석률 저조로 사실상 차관급 회의체로 운영되고 있다.
상당수 참석대상 장관들이 지역강연이나 내부회의 등을 핑계로 차관들을 대참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17일 오전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는 모두 15개 참석대상 부처에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 유영숙 환경부 장관, 임종룡 국무총리실장,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 등 5명의 장관만 회의에 참석했다.
참석대상 중 사실상 장관급으로 보는 이재원 법제처장이 참석했고, 차관급인 송종호 중소기업청장도 참석했지만, 이 둘을 억지로 포함하더라도 장관 참석률은 50%가 채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모두 차관들이 대참하거나 불참한 부처다.
경제활력대책회의 참석자는 매회 회의 안건에 따라 참석대상이 달라진다.
이날 회의에는 기획재정부 장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행정안전부 장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지식경제부 장관, 보건복지부 장관, 국토해양부 장관, 국무총리실장, 공정거래위원장, 금융위원장, 법제처장, 국세청장, 중소기업청장 등 15개 부처 기관장이 참석대상이었다.
그러나 5명의 장관 외에는 모두 다른 회의나 지방출장 등을 이유로 회의에 차관급을 대참시키거나 아예 회의에 불참했다.
맹형규 행안부 장관은 오전에 다른 회의가 있다며 이삼걸 2차관이 대참했고, 최광식 문화부 장관은 청와대에서 열린 정책홍보 우수사례 보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경제활력대책회의에는 곽영식 1차관을 내 보냈다.
서규용 농림부 장관은 이날 아침 전라남도 경제인연합회에서 조찬을 겸한 강연회가 있다며 회의에는 이상길 1차관이 대참했고,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수출기업 현장점검을 위한 현장방문을 이유로 추경호 부위원장을 대신 내보냈다.
특별한 사유 없이 차관을 대참시킨 경우도 있었다.
홍석우 지경부 장관의 경우 공식일정은 없지만, 경제활력대책회의에 윤상직 1차관을 대신 참석토록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부내회의 때문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도 "어떤 회의인지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역시 1차관을 대참시킨 권도엽 국토부 장관은 같은 시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경남지역 국회의원 간담회에 참석했다.
신공항 등 민감한 현안이 있는 와중에 국회의원들의 초청에 응할수밖에 없었다지만, 이날 행사는 국회의원들이 주최한 것이 아니라 임채호 경상남도지사 권한대행이 국고예산 확보를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이 밖에도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관련 안건이 없다며 불참했고, 이현동 국세청장은 당초 차관급이자 안건이 없어 회의참석대상도 아니었지만, 참석명단에 포함돼 있기도 했다.
장관급 회의가 부실운영되고 있는데 대해 애초에 장관급 회의체를 무리하게 신설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행안부 관계자는 "경제관련 장관급 회의만 해도 몇개씩 되기 때문에 회의가 워낙 많은 장관이 매번 참석하기는 어렵다. 차관들과 배분해서 참석하지 않으면 돌아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장관급회의만 매주 2~4회 개최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 위기관리대책회의, 금요일 물가관계장관회의와 경제활력대책회의를 격주로 열고 있으며, 대외경제장관회의와 화요일로 정례화한 청와대 서별관회의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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