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채무이행을 연기 받을 생각으로 일명 '딱지어음'을 사서 줬다면 유가증권위조 및 위조유가증권행사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사기와 함께 약속어음을 위조해 채권자에게 준 혐의(유가증권위조) 등으로 기소된 한모씨(53)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가증권위조 및 위조유가증권행사죄에 부분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춘천지법 강릉지원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채권자인 피해자로부터 채무 변제 독촉을 받자 채무 이행을 연기 받을 생각으로 피해자에게 약속어음을 교부하기로 하고 실제로 지급기일에 정상적으로 지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알고 딱지어음을 사 교부한 것으로 보일 뿐 약속어음의 위조를 부탁했거나 공모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이전에도 다른 회사에서 약속어음을 빌려 채무 이행을 연기하기 위해 피해자에게 교부한 적이 있고, 위조 약속어음을 교부하려 했다면 굳이 300만원을 주고 위조 약속어음을 살 필요도 없었다"며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준 약속어음이 지급기일에 정상적으로 지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딱지어음 인 것으로 알았을 뿐 위조어음이라는 점을 알고 이를 행사했다고도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건설업자인 한씨는 강원도 강릉시에 요양원을 짓는다는 명목으로 2008년 9월부터 6개업체와 도급계약을 맺고 이 가운데 4개 업체로부터 회사운영 및 업무추진비로 수억원을 빌렸으나 사업부지나 건축비가 전혀 확보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후 돈을 갚지 못한 한씨는 채무자 중 이모씨가 "빌려준 돈 1억7700만원을 갚으라며" 빚독촉을 해오자 이를 연기하기 위해 방법을 찾던 중 2009년 9월 일간지에서 '딱지어음'을 판다고 광고한 업자에게 액면금액 1억4000만원짜리 약속어음을 300만원에 구입한 뒤 이씨에게 건넸다.
사기 및 유가증권위조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한씨는 1, 2심에서 공소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돼 징역 3년을 선고 받았으나 "약속어음을 위조한 적이 없고 약속어음이 위조된 사실도 몰랐다"며 상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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