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정부가 침체된 내수를 살리기 위해 근로자들의 지갑을 채워주기로 했다. 매달 월급에서 떼어가는 근로소득세를 줄여 일시적으로 근소자들의 세후소득을 늘리고, 소비를 촉진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근로소득세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매달 떼어가는 세금이 줄어드는 대신 연말정산에서 환급받는 세금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덜 내고 덜 돌려받는 방향으로 근로소득세 징수방식이 달라지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10일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근로
소득 간이세액표 개정안을 담은 내수활성화대책을 확정했다.
근로자들은 똑같은 급여를 받더라도 각각의 사정에 따라 각종 소득공제를 받는 등 세금부
담이 각기 다른데, 정부가 세금을 걷을 때 일일이 이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매달 세금을 걷을 때에는 간이세액표라는 것을 적용한다.
간이세액표는 일종의 추산이기 때문에 실제 납부한 세금보다 더 걷는 대신 연말에 연말정
산을 통해 더 걷은만큼을 돌려주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이 간이세액표를 보다 현실적으로 조정해서 추산해서 미리 떼는 세금을 줄
인 것이다.
개정된 간이세액표를 적용하면 4인가구 기준으로 월급여 500만원을 받는 근로자는 현재보
다 매달 세금 2만8470원(11%)을 덜 내게 된다.
간이세액표 개정은 시행령을 고치면 되기 때문에 정부는 오는 11일 국무회의에 즉석안건
으로 상정해서 이르면 추석전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당장 9월 급여분부터 적용될 경우 1~8월분에 개정안 이전 기준으로 더낸 세금도 함께 돌
려받게 된다. 올해 연말정산의 경우 이전에 중간정산을 먼저 하게 되는 셈이다.
◇ 조삼모사(朝三暮四) 대책..기업들 협조도 의문
당장 근로자의 지갑을 채워 소비를 진작시켜보겠다는 취지지만, 이번 대책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의무자인 기업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으면 시행이 불가능하기 때
문이다.
간이세액표를 9월 급여분부터 적용할지, 10월급여분부터 적용할지는 기업의 의지에 달려
있으며, 아예 올해 적용하지 않더라도 페널티가 주어지지 않는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회계프로그램에 수정사항을 적용해야 하고, 당장 1~8월분에 대해서 환급도 진행해야 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낮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기업 경리부서에서 회계프로그램도 수정해줘야 하는데, 적극적으로
협조를 당부할 생각"이라며 "당장은 공무원들부터 급여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독려할 것"이
라고 강조했다.
근로소득세 원천징수액의 변화가 근로자들의 실질 세부담을 덜어주기보다는 당장의 지갑
을 채워 소비를 진작하겠다는 대책이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매달 떼어가는 세금이 적은 만큼, 연말정산 때 돌려받는 세금도 적어진다. 낸 것이 적기 때문에 돌려받는 것도 적어진다.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총액에서 변화는 없는 셈이다.
이번 개정안은 정부가 그동안 근로소득세 원천징수율을 낮출 수 있음에도 세금을 과도하
게 떼어갔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한다.
신용카드공제, 의료비공제, 교육비공제 등 개인적인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더 낮은 수준의
원천징수가 가능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원천징수를 통해 세금을 미리 더 받아갔다가 연말에 환급해준 세금만 연간 2조원
에 달한다. 2조원에 대한 이자비용은 정부가 고스란히 챙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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