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사]
2012. 9. 14. 목영준
◇목영준 재판관
지금으로부터 6년 전 제가 헌법재판관으로 부임할 때, 두가지 바람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부끄럼 없는 헌법재판관이 되자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우리 헌법재판소가 국가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등대가 되게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제 간곡한 바람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는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만, 지난 6년 저는 정말 행복하고 보람있었습니다. 헌법재판의 결정문에 제가 소중하게 생각했던 가치관과 식견을 스스럼 없이 쏟아넣었습니다. 과거 보다는 현재를, 나무 보다는 숲을, 갈등 보다는 화합을 보았습니다. 헌법재판에 생소했던 많은 분들이 이제 헌법재판소의 강력한 지원자가 되어주셨습니다. 외국의 헌법전문가들이 우리 헌법재판을 부러워하고 칭송하는 모습을 직접 보았습니다.
이러한 성공은 모두 여기 계신 여러분들의 덕택입니다. 헌법재판소장님을 비롯한 재판관님들, 헌법연구관들, 직원들 모두의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모든 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사법제도는 오직 국민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므로, 국민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모습으로 끊임없이 수정되고 보완되어야 합니다. 영원히 타당한 사법제도란 있을 수 없으며, 시대적 요구나 국민의식에 맞추어 지속적으로 개선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헌법재판제도도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 24년간 헌법재판소가 국민의 기본권보장과 민주주의 확립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외국의 헌법재판 관계자들이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과 더불어 우리 헌법재판제도를 격찬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멀었습니다. 헌법재판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신뢰가 뿌리내리지 못하였고, 헌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헌법재판에 대한 민주적 정당성을 보완할 방법도 없습니다. 국민을 이해시키고 설득시키기 위한 헌법적 논리도 완결되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우리 자신의 희생과 헌신이 필요합니다. 우리 개인이나 헌법재판소의 이익과 기득권을 과감히 버리고 오직 헌법적 정의와 국민의 기본권을 위하여 변화할 때 국민으로부터 사랑과 믿음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떠나는 제가 남은 분들에게 너무 무거운 짐을 드렸나 봅니다.
아무리 무딘 저라도, 지난 6년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이 곳을 떠나는데 소회가 없을 수 없겠지만, 이 모두를 헌법재판소의 발전이라는 제 염원으로 승화시키겠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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