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호기자] "농민민속주 제조시 세균배양 같은 것은 전기밥솥 같이 저가 제품으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습니다. 기사에서 쓴 비용을 너무 과대해서 쓴 것 아닙니까?"
지난 11일 막걸리산업 기사가 나간 후 국내 주류 제조면허를 담당하는 한 공무원이 꺼낸 말이다. 살균약주 제조장 면허에 필요한 시설들의 가격이 너무 비싸지 않느냐는 지적에 이 같이 말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12월30일 주세사무처리 규정을 개정하고 살균탁주를 제조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시설 항목을 강화했다.
물론 위생·설비규정을 강화해 질 좋은 전통주를 생산하기 위하고 전통주 수출을 확대해 산업을 발전시키자는 국세청의 의도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 영세업자들이 수두룩한 전통주 시장에 갑자기 항온항습기와 오토크레이브, 크린벤치 등 고가의 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라고 규정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업계관계자들에 따르면 개정된 규정에 따라 시설을 설치하면 항온항습기는 최소 1200만원, 고압증기 멸균기인 오토크레이브는 500만원 등 최소 2~3000만원이 필요하다.
더욱이 관련기기들은 최소 관련 대학을 졸업해야 다룰 수 있는 전문기기다 보니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까지 생각한다면 비용은 더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세청 담당자는 이런 상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제시한 시설들을 전기밥솥과 에어컨 등 저렴한 시설로 대체할 수 있다며, 기준강화가 아니라는 말만 내놓고 있다.
국민을 돕는다는 정책의 본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는 탁상공론(卓上空論)에서 벗어나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여야 한다.
정약용은 저서 목민심서'찰물(察物)'이란 말을 쓰며 관직자라면 물정을 살피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국민의 심부름꾼인 '공복(公僕)'이라면 현장의 목소리를 새겨 듣고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다산의 가르침을 되새겨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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