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문재인 후보가 민주통합당 제18대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다. 민주당 경선에서 파죽의 13연승을 질주하며 손학규·김두관·정세균 후보를 따돌리고 본선행을 확정한 것.
문 후보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라고 한 것에서 알 수 있듯 노 전 대통령과 깊은 관계를 맺어왔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과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아 노 전 대통령을 보좌하며 국정을 경험했고,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친노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급부상을 했다.
특히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했던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의 진행자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문 후보를 적극 지지하면서 야권에 '문재인'이라는 카드가 자연스럽게 부각되기 시작했다.
2010년 6.2 지방선거와 2011년 4.27, 10.26 재보궐선거에선 노무현재단 이사장 자리에서 야권을 측면 지원하기만 했던 문 후보도 올해 4.11 총선에는 직접 출마해 부산 사상구에 당선되면서 대권후보로 발돋움에 성공했다.
결국 문 후보는 108만명이 참여한 오픈프라이머리로 실시된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당내 잡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1위를 뺏기지 않는 저력을 발휘하며 대선후보의 자리에 오르게 됐다.
그런 문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이 남긴 유서에서 "운명이다"는 말을 남긴 것에 대해 자신의 자서전 '운명'에서 "나야말로 운명이다"라고 탄식을 한 바 있다.
문 후보는 정치권에 본격적으로 몸을 담기 전인 지난해 6월 출간된 이 책에서 "당신이 남기고 간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고 적어 처음으로 대선출마를 시사해 눈길을 끌었다.
그랬던 그가 16일 수락연설에서 "두렵지만 무거운 소명의식으로 민주당 대통령 후보직을 수락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길이 운명이라면 피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하지만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될 '운명'이라면 아직 그의 앞에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들이 많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우선 금주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보이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단일화에서 이겨야 한다.
안 원장과 담판이든 경선이든 단일화를 이루고 나면 문 후보에게는 진정한 본선이라고 할 수 있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의 한 판 승부가 기다리고 있다.
더구나 문 후보는 단순히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탐해서 나온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정치교체·시대교체·정권교체"를 위해서 나왔다고 했다.
세계적 경제위기와 불안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문 후보가 5년 동안 국정을 맡아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록이 될 수 있을지 여부도 알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나야말로 운명"이라는 문 후보의 대권 도전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정말로 '운명'에 달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17일 국립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대통령 후보로서의 첫 일정을 소화하는 문 후보의 대권행보에 큰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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