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은행이 대출을 해주면서 이자를 3개월 이상 연체할 경우 신용정보를 전국은행연합회에 등록한다는 약정을 했더라도 한 달 연체한 신용정보를 신용조회회사에게 제공한 것은 불법행위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정모씨(49)가 "이자를 한 달 연체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출계약과 달리 연체한지 1주일도 안돼 신용정보를 다른 금융기관에 제공하는 바람에 신용카드 거래가 정지되는 등 피해를 입었다"며 신한은행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피고가 대출 당시 적용한 신용정보관리규약에는 신용정보주체가 대출원금, 이자 등을 3개월 이상 연체한 경우 사유발생일로부터 10일 이내에 전국은행연합회에 등록하도록 규정되어 있지만, 이는 개별 금융기관이 전국은행연합회에 신용정보를 등록하는 데 적용되는 기준을 정한 것일 뿐"이라며 "신용조회회사 등에게 연체정보를 제공할 때도 그 기준을 따라야만 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고가 대출원금 또는 이자를 3개월 이상 연체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피고가 원고의 연체에 관한 정보를 한국신용정보 주식회사 등에게 제공한 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원심은 피고가 원고의 연체에 관한 정보를 '다른 금융기관'에 제공했다는 전제에서 피고의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했으나 원고는 피고가 원고의 연체정보를 '다른 금융기관'에게 제공하였다고 주장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오히려 피고는 한국신용정보 등에게 원고의 연체 정보를 제공했고 다른 금융기관은 한국신용정보로부터 그 정보를 제공받았을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정씨는 2009년 4월 신한은행으로부터 5000만원을 대출한 뒤 이듬해 3월 이자 24만여원을 연체했다. 신한은행은 같은 달 말 정씨의 연체정보를 한국신용정보 등에게 제공했고, 하나카드사는 정씨의 신용카드거래를 정지했다.
이에 정씨는 대출계약시 이자를 3개월 이상 연체할 경우 연체정보를 제공하도록 했음에도 불구하고 1개월 연체한 사실을 사전 동의 없이 다른 금융기관에 알려 신용카드가 거래정지 등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위자료 3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신용정보이용법의 목적상 연체의 경우 사전 동의 없이 개인신용정보를 다른 신용정보업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정씨의 청구를 기각했으나 2심 재판부는 "원고가 3개월 이상 연체하지 않았음에도 피고가 원고의 연체정보를 금융기관에 제공한 행위는 불법행위를 구성하므로 3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