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까지 이어졌던 태광실업 세무조사문제가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3년이 지난 2012년 국정감사까지 파장을 이었다.
특히 국감증인 채택이 무산된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이 야당의원들의 힘을 빌어 국세청을 찾아오면서 국감이 파행운영되고 있다.
11일 서울 수송동 국세청 본청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안민석(민주통합당) 의원은 태광실업 세무조사와 관련한 표적세무조사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당시 의혹을 폭로했던 안원구 전 국장과 세무조사를 진두지휘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검찰조사를 받는 영상을 입수, 공개했다.
영상은 안 전 국장과 한 전청장이 지난 2011년 3월21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피의자 대질신문을 받는 과정을 담았다.
영상에서 한 전 청장은 태광실업의 해외법인이 있는 베트남에 대한 계좌조사를 위해 베트남 국세청장을 잘 안다는 안 전 국장을 믿고, 베트남 국세청장이 방한한 행사 만찬에 안 전 국장을 배석시켰지만, 베트남 국세청장이 안 전 국장의 얼굴도 못 알아봐 매우 실망했다고 말하는 장면이 담겼다. 또 한 전 청장은 이 때문에 안 전 국장을 태광실업 세무조사에 투입시키려 했다가 그만 뒀다고 말했다.
검찰심문영상의 불법유출 논란에도, 부산지방국세청 관할의 태광실업에 대한 서울지방국세청의 교차세무조사 과정에서 국세청장이 직접 조사와 관계 없는 세원국장을 세무조사에 투입하는 등 개입했다는 정황이 일부 확인된 것이다.
안민석 의원은 "이 내용을 보고도 표적세무조사가 아니라고 한다면 억지주장"이라며 이현동 국세청장을 다그쳤고, 이 청장은 "태광실업 조사는 정상적인 조사였다"고 일축했다.
안 의원이 동영상을 트는 과정에서 여야 의원간 고성이 오가는 논쟁도 벌였다.
안원구 전 국장은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는데, 새누리당 의원들은 안 의원이 증인출석과 동일한 효과를 내는 동영상이라는 편법을 동원했다며 의사진행발언을 쏟아냈다.
안 의원과 야당 의원들은 의원의 정당한 국정감사 질의를 방해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질의 중간에 의사진행 발언을 요구하고 이를 수용한 강길부 위원장까지 싸잡아 비난했다.
증인 채택이 불발된 경우 동영상질의를 통해 당사자를 등장시키는 문제의 정당성과, 의원의 질의를 다른 의원이 방해할 수 있느냐는 공방이 이어지면서 국감은 파행이 계속됐다.
결국 여야 의원들은 오후에 질의를 계속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번에는 야당 의원들이 안원구 전 국장을 직접 국감장으로 데려오는 초강수를 두면서 일이 더 커졌다.
오후질의가 시작되기가 무섭게 국세청 1층에는 야당 의원들이 안원구 전 국장을 대동해 국감장 진입을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국세청 직원들과의 마찰이 발생했다.
급기야 국세청이 5층인 국감장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전원을 모두 꺼버리면서 양측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결국 안 전 국장과 함께 비상구계단을 통해 진입한 야당의원들은 회의실에서 간담회를 갖고 추후 국감진행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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