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비밀회담이다, 공개회담이다", "대화록 있다, 없다", "(대화록) 폐기했다, 안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의혹으로 시작된 여야 공방이 '네거티브 이슈'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 가운데 새누리당은 연일 민주통합당과 문재인 대통령 후보를 겨냥해 공격적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손발(?)이 안맞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앞서 지난 8일 국정감사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NLL을 포기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시작된 이번 논란은 정상회담 대화록 열람 공방으로 번진 상태다.
새누리당은 최근 일부 언론이 노 전 대통령의 비공개 대화록 폐기 지시설을 보도한 것과 관련, 민주통합당에게 진상규명을 촉구하면서 문 후보를 거듭 압박하고 나섰다.
이상일 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이 무엇이 두려워 기록을 없애라고 했는지 국민은 궁금해한다"며 원본 대화록 공개 여부에 대한 문 후보의 입장을 요구했다.
이한구 원내대표도 "남북정상회담 회담록을 폐기했다는 것은 너무나 충격적으로, 이는 역사기록을 말살하는 행동"이라면서 "문 후보는 당시 비서실장이었기 때문에 기록 말살에 분명히 연관됐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이 같이 대화록이 폐기됐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동의할 경우 스스로 모순에 빠지게 된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발언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정 의원의 주장은 설 자리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앞서 비밀녹취록을 봤다고 거듭 강조했으나 이미 대화록 자체가 폐기됐다면, 정 의원이 녹취록을 봤다는 주장은 성립하기 힘들게 된다.
이같은 새누리당의 의혹제기에 대해 민주통합당과 노무현재단은 "노 전 대통령은 당시 정상회담 대화록을 폐기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 사실무근"이라며 "선거때만 되면 북풍이나 색깔론을 만들어내는 행태들에 유감을 표한다"고 전면 반박했다.
문 후보도 "사실이 아니다. (그렇게 주장하는 것은) 우리 참여정부의 문서결재 시스템, 문서관리 시스템을 전혀 몰라서 하는 말"이라며 "참여정부 때는 '이지원'으로 모든 문서가 보고되고 결재됐다. '이지원'에 올라왔던 문서가 폐기되는 일은 있을 수가 없기 때문에 그 부분(대화내용)만 폐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지원은 인터넷으로 모든 문서를 전자결재를 하고 보관하기 때문에 종이문서를 파쇄해서 없애는 식의 폐기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특히 참여정부는 역대 정부에서는 최초로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는 등 기록을 보관하는 데 남다른 애정을 쏟았고, 실제로 노 전 대통령의 자잘한 메모 조차도 기록으로 남겼다는 점에서 기록을 폐기했다는 일각의 주장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대통령 기록물은 퇴임과 동시에 모두 대통령기록관으로 옮겨져 일정 기간동안 보안속에서 보관하도록 되어 있어 회담록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 가능한 상황이다.
새누리당 의원들끼리도 한쪽에서는 대화록을 봤다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폐기했다는 모순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선이 60여일 남은 가운데 대화록 존재 여부도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전투구식 진흙탕 싸움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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