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중소기업들에 큰 손실을 입힌 '키코(KIKOㆍ환헤지용 통화옵션계약)' 상품을 판매한 은행들을 사기혐의로 기소하려했으나 국내최대로펌인 김앤장의 로비가 집요해 기소하지 못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대검찰청 등을 대상으로 열린 18일 국정감사장에서 증인으로 나선 박선종 교수는 "당시 수사를 담당한 검사가 김앤장의 로비가 너무 심하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날 박범계 민주통합당 의원의 '김앤장의 로비로 검사들이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었느냐'는 질문에 "당시 수사 검사였던 박성재 검사(40회·30기, 당시 서울지검 금융조세조사2부 검사, 현 법무법인 민)가 김앤장은 조직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파워가 있어서 눈치를 봐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고 답했다.
박 교수는 "박 검사를 두 차례 만났다. 지난해 1월 초 4시간 정도 이야기했다"면서 "당시 '금조2부장이었던 이성윤 부장검사보다 더 위에 분들이 아직 반대를 하신다. 전문가의 의견서가 필요하다'고 요청을 해와 의견서를 써줬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당시 박 검사는 김앤장의 로비가 심해 수사검사를 김앤장 측이 마음대로 바꾸는 느낌도 있다고 말했다"면서 "김앤장에 대해 박 검사가 우호적이지 않게 이야기 하는 것을 들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박 검사가 수사자료를 보여줬는데 처음에는 은행이 설마 사기를 치겠느냐고 생각했다"면서 "박 검사가 은행 본점 직원과 지점 직원 간 녹취록을 가지고 있었는데 키코 상품이 실제로 돈이 많이 남는다는 것을 중소기업 자금담당자들이 알게 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말이 들어있었다"고 증언했다.
박 교수는 '사기라고 봤나'라는 박 의원의 질문에 "녹취록 내용을 보고 박 검사의 판단이 맞다고 판단했다"면서 "구정 전인 2월초 기소를 하고자 했고 기소하면 시끄러워 질테니 휴일을 끼는 것이 낫겠다는 말도 했다"고 답했다.
박 교수는 '기소가 안됐죠?'는 질문에 "(박 검사가)기소를 못했구나 생각했다"면서 "신문을 보고 박 검사가 공판부로 전보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박 검사는 미국 주미대사관을 통해 받은 '키코가 사기 상품에 해당한다'는 의견이 담긴 자료도 보여줬다"면서 "중소기업에는 이것이 사기인지 알만한 인물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 교수의 증언을 들은 검사 출신의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검사 시절 사건 수사를 하는데 있어서 김앤장이 집요하게 변론을 하고 여러 변호사를 보내서 로비성 변론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윗분들이 저한테 압력을 가한 적은 없었다"며 박 교수의 말을 반박했다.
같은 당으로 검사출신이자 김앤장 출신 변호사인 김회선 의원 역시 "변호사가 설명하는 것을 로비라고 너무 민감하게 생각하지 말아달라"면서 "검찰 고위간부들이 자기가 맡은 사건에 대해 불만을 말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인사에 반영되는 경우를 본 적은 없다"고 박 교수의 말을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 판매 사기 고발 사건과 관련해 은행들에 대해 기소 의견을 검토했던 박 변호사는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현 검찰총장)이 취임한 이후 공판부로 전보조치당한 뒤 결국 사표를 제출했다.
키코 사건을 주도적으로 수사해온 박 변호사가 지난해 5월 검찰에 사직서를 제출하자 법조계 일각에서는 '키코 수사에 대한 수사팀과 검찰 수뇌부의 의견 차이' 때문에 박 변호사가 사표를 제출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으나 본인은 부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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