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야후가 전격적으로 한국시장 철수를 결정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997년 9월1일 세계에서 7번째로 발을 들여놓은 지 15년 만이다.
우선 아휴의 한국시장 철수는 사업이 구글에 밀리면서 무너지기 시작한 본사 사정이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는 결국 한국 사업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지며 사업성이 악화됐고, 핵심인력들 유출 및 광고주들마저 외면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야후 본사는 한국에서 더 이상 수익이 날 수 없다고 판단,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야후코리아 철수로 외국기업들이 한국진출을 꺼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경우 국내 IT업계는 물론 경제전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야후, 한국 인터넷산업에 씨앗을 뿌리다
인터넷업계에서 야후코리아가 갖는 위상과 의미는 대단하다. 염진섭 야후코리아 전 대표는 “우리는 인터넷 사관학교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한국 인터넷산업의 씨앗을 부린 셈”이라 자평하기도 했다.
실제 야후코리아는 네이버와
다음(035720)이 힘을 얻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미국과 유럽에서의 성공의 바탕으로 한국시장에 무혈입성한 최고의 포털기업이었다.
지난 1999년 9월에는 국내 최초로 하루 페이지뷰 2000만 건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으며,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아이러브스쿨 등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인수합병을 제안하기도 했다.
야후코리아의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두 개로 나뉜다. 첫번째는 검색엔진을 기반으로 하는 포털사업으로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야후코리아의 모습이다.
두번째는 검색광고 플랫폼사업이다. 검색광고란, 일반인에게 다소 생소한 용어인데 검색결과 최상단에 위치하는 링크식 광고를 말한다. 야후코리아는 오버추어라는 사업체를 통해 이를 운영했다.
◇야후코리아 몰락의 시작은 네이버 '지식iN'
우선 포털사업은 네이버가 지식iN을 앞세워 국내시장을 장악했을 때부터 몰락을 길을 걷기 시작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외부 서비스를 초기화면에 반영하는 이른바 ‘개방형 포털’을 표방하기도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신생포털 ‘줌’에게조차 검색점유율에서도 밀리고 있다.
반면 검색광고 플랫폼사업은 2010년까지만 하더라도 모든 포털이 오버추어의 광고상품인 ‘스폰서링크’를 쓰는 등 나름 캐시카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지난해
NHN(035420)이 차용을 거부하고 자체 광고상품을 탑재키로 결정하면서 위기가 다가왔다.
검색시장에서 네이버의 영향력이 너무 강했기 때문에 다음, 네이트 등 경쟁사들은 계속해서 스폰서링크를 써줬다. 만약 야후코리아가 이 상황을 적극 이용했다면 지금과 같은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문제는 악화된 본사 사정..내부분열에 잦은 경영진 교체
그러나 문제는 야후 본사의 사정이 매우 급박해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사업은 구글에 밀려 나날이 하락세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부분열까지 일어나면서 경영진이 수시로 바뀌곤 했다. 당연히 한국시장의 관심 밖의 일이었다.
점점 본사에서 지원이 줄어들고 간섭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야후코리아 일반 직원들까지도 인지하기 시작했다. 경쟁사 NHN이나 같은 외국계 인터넷기업인 이베이, 심지어 하위 제휴사인 광고대행사 등으로 핵심인력들이 이직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당연히 사업은 악순환에 빠지고 서버 및 서비스 품질이 악화되면서 광고주마저 등을 돌렸다.
야후코리아의 매체제휴 영업을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된다', '조만간 한국지사 대표이사가 바뀐다'는 등 좋지 않은 루머만이 무성해 직원들 사기가 많이 떨어졌다”며 “전반적으로 조직 내부 업무기강이 해이해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새로운 온라인광고 트렌드 대응 여력 상실
이는 검색광고 제휴를 맺고 있던 다음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오버추어와의 협업이 워낙 성과를 내지 못하자 실무진에서 더 이상 같이 갈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나왔고, 경영진은 NHN과 마찬가지로 독자적으로 광고사업을 할 것을 승인했다.
물론 이를 대신할 무언가가 있었다면 ‘철수’라는 극단적 선택에 이르지 않았겠지만, 야후코리아는 모바일이나 로컬 등 새로운 온라인광고 트렌드에 대응할 여력이 없었다.
결국 야후 본사는 이제 한국시장에서는 그 어떤 곳에서도 돈이 나올 것이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지사를 정리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야후 본사에게 한국시장은 '계륵'과 같은 존재였다”며 “순이익이 나오는 곳이었기 때문에 주가수익률(PER)을 맞추기 위해 버리지 않고 ‘방치’했던 것”이라고 평했다.
◇업계, 해외 인터넷기업 한국시장 회피 우려
야후코리아는 15년의 영욕의 세월을 뒤로 하고 사라졌다. 업계에서는 이를 기점으로 해외 인터넷기업들이 한국시장을 더욱 회피하는 게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구글과 그루폰이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했으나 국내 기업들에 밀려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페이스북, 트위터 등도 지사 설립 이후 특별한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기업의 한국진출은 해외 기술력과 자본, 트렌드가 들어온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가 있다”며 “지금처럼 지나치게 진입을 두려워하는 상황은 우리에게도 별로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