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원전 안전과 관련한 핵심 기술 개발에 한국수력원자력의 납품비리업체인 '우리기술'이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전정희(민주통합당) 의원이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수원 납품비리 업체 중 하나였던 우리기술이 국산화 원전계측제어시스템(MMIS) 개발에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1년부터 10년 동안 국책과제로 시행된 한국원전계측제어시스템(K-MMIS)은 2010년 7월 개발이 완료돼 신울진 1·2호기부터 활용된다.
우리기술은 2001년부터 시작된 국산화MMIS개발과제 중 비안전등급제어기(DCS) 개발에 참여했고, 이 기자재 납품 계약을 두산중공업과 체결하게 됐다.
두산중공업(034020)과 우리기술의 수의 계약은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26조에 따라 특정기술을 소지한 자가 1인인 경우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른 것이다.
전 의원은 "비리업체인 우리기술이 국산 MMIS개발 및 독점 납품업체로 계약된 것도 문제지만 한수원이 우리기술에 대해 부정당업자로 제재결정을 보류했다는 사실도 지나친 봐주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의심을 갖게 한다"고 질책했다.
한수원은 검찰 수사 결과 적발된 33개 비리업체에 대해 지난 10월 26곳만 부정당업자 제재결정을 내렸고, 7곳은 심의를 보류했다.
현재 법원확정판결이 나지 않았다는 게 심의가 보류된 이유다. 이 중에 우리기술이 포함돼 있다.
한수원은 "우리기술 전무가 개인적으로 뇌물을 공여한 것이지, 회사와는 상관 없다고 소명을 했다"며 "추후 법률적 검토를 한 뒤 제재를 결정키로 했다"고 해명했다.
한수원은 제어계측정비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던 삼창기업에 대해서도 부정당업자 제재결정을 내렸다. 2012년 10월부터 6개월간 입찰을 제한시킨 것이다.
그런데 삼창기업의 원전사업부문이 이미 2011년 8월 포스코ICT에 양도인수돼, 사실상 한수원은 원전사업과 무관한 껍데기 삼창기업에 제재를 한 셈이 됐다.
삼창기업을 인수한
포스코 ICT(022100)는 삼창이 기존에 한수원과 체결한 모든 사업을 그대로 수행했고, 현재 포뉴텍으로 전환되어 제어계측정비와 관련된 사업을 수주해 시행하고 있다.
포스코ICT 역시 K-MMIS개발에 관여했고, 두산중공업과 309억원의 안전등급제어기(PLC) 납품계약을 맺었다. 포스코ICT는 삼창기업이 비리업체였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이유로 한수원으로부터 면죄부를 받은 것이다.
전 의원은 "한수원이 원칙없이 비리업체에 대한 제재 결정을 하고 있다"며 "비리업체에 대한 봐주기 결정이나 면죄부를 줌으로써 한수원이 투명하고 공정하지 못한 거래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더 키우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원전 안전의 핵심기능인 MMIS개발에 비리업체가 관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MMIS기술 검토는 다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기술은 이에 대해 "한수원 담당부장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우리기술의 실무담당 임원을 금전을 갈취한 것"이라며 "한수원에 뇌물을 공여한 사실이 없다"고 공식 반박했다.
우리기술은 또 "우리기술이 MMIS를 개발한 것은 2001년부터 2008년인데 납품계약은 2010년에 체결해 이 사건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그 뒤에 발생한 사건을 마치 비리업체인 우리기술이 MMIS를 납품했으니 (기술검토를) 다시 해야한다는 지적은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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