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넘쳐나는 공급물량과 지지부진한 투자 유치로 수도권의 ‘부동산무덤’이라는 오명을 얻었는 송도국제도시가 역전만루 홈런을 쳤다.
지난 주말 송도는 IMF(국제통화기구). WB(세계은행)에 버금가는 국제기구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GCF(녹색기후기금) 사무국 유치에 성공하며 부동산시장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것이다.
외지 투자수요 유입 실패와 과잉공급으로 장기 침체에 허덕이던 송도 부동산 장에 투자자들의 발걸음이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불황기 수도권 시장에서 더 이상 볼 일이 없을 것 같던 가계약서까지 등장했다. 송도 내 분양관계자들은 고조된 분위기에 한껏 달아올랐다.
◇인천 경제에만 연 2000억원 파급 효과
GCF는 지난 20일 송도 컨벤시아에서 2차 이사회를 열고 유치신청 6개국 가운데 한국을 사무국 유치국으로 선정했다. GCF 임시사무국은 내년 2월 송도 아이타워로 이전하고 내년안에 정식 사무국으로 출범할 예정이다.
사무국은 내년부터 매년 1000억 달러씩 오는 2020년까지 총 8000억달러의 기금을 조성하게 된다. 계획대로 된다면 기금 8450억달러인 IMF와 비슷한 규모로 성장하게 된다.
주재원은 출범 초 약 500명으로 시작해 2020년 8000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연간 121차례 GCF 관련회의가 열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회의 참석자를 포함해 매년 수십만명이 송도국제도시에 머물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GCF 사무국 유치로 인해 500명 이상의 주재원이 인천 송도에 상주하게 되고, 380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했다.
또 인천발전연구원은 같은 조건에서 연간 1917억원의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송도, 경쟁률 4855대1 청약신화 다시 쓰나
GCF 사무국 유치 소식에 송도 부동산 시장은 기대감에 술렁이고 있다. 잃어버렸던 과거의 영광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다.
송도는 국제도시라는 화려한 청사진을 배경으로 ‘더 프라우’ 4855대1, ‘센트로드’ 최고 경쟁률 331대1 등 역대 최고 경쟁률로 대한민국 분양사에 한 획을 그었다.
하지만 과잉 공급과 지지부진한 투자유치, 수도권 부동산시장 침체가 겹치며 최근 2년간 순위 내 청약 단지를 단 한 곳도 내지 못했다.
심지어 지난 해 말 인천도시개발공사가 공급했던 웰카운티5단지는 1063가구를 모집했으나 63가구만이 청약했고, 그 중 16가구가 계약하며 계약율 1.5%라는 참담한 실적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인천도개공은 공공분양으로서는 최초로 분양을 취소하는 촌극을 빗기도 했다.
이런 송도가 GCF 한방으로 분위기를 180도 돌려세웠다.
포스코 그린워크 송재호 분양소장은 “방문객이나 문의가 발표 전에 비해 5~10배 정도 늘었고, 주말이라 큰 돈을 준비할 수 없어 대부분 가계약을 걸어놓고 갔다”고 전했다.
특급 호재에 매도자들도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던 아파트와 분양권가격는 일순간 상승 전환됐다.
송도 제일부동산 문형은 대표는 “매도자들은 벌써부터 매물 회수을 회수하고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었던 분양권은 제자리를 찾아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GCF유치가 평창동계올림픽보다 강력한 호재가 될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올림픽이 1회성 이벤트로 끝나는 반면 GCF는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이기 때문이다.
서울디지털대학교 김준환 교수는 “GCF가 아직 걸음마 단계라 확신할 수 없지만 정착만 된다면 부동산에서 가장 중요한 배후수요를 만들어줌으로써 가격 하방경직성을 높여줄 것이다”면서 “성장 정도에 따라 송도는 부동산시장에서 ‘인천의 강남’이 아닌 송도만의 브랜드를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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