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순욱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29일 "국가 안위에 대해서 확실한 답도 못하는 야당, 6·25 영웅을 민족의 반역자라고 부르는 사람, 이런 사람들에게 나라의 운명을 맡길 수 있겠느냐"고 밝혔다.
지난 8일 정문헌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의혹을 제기한 이후 4주째 안보이슈에 올인한 모습이다.
특히 김광진 민주통합당 의원이 백선엽 전 대장에 대해 "민족반역자"라고 규정하면서 논란을 더욱 키워가는 모습이다.
'철지난 북풍(北風)몰이', '선거때만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안보공세'라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안보문제를 이슈로 내거는 데는 숨어있는 선거전략이 있다는 분석이다.
◇NLL 의혹제기로 새누리 내부 논란 모두 잠재워
역사적으로 내부 갈등을 한 방에 잠재우는 최고의 묘책은 외부의 적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새누리당의 NLL 의혹제기는 혼란 양상으로 치닫던 내부 문제를 말끔하게 정리했다.
정문헌 의원이 지난 8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비밀회담을 갖고 NLL을 포기할 수 있다는 발언을 했고, 이를 녹취한 대화록이 존재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렇다면 8일까지 새누리당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정 의원이 NLL 의혹을 제기하기 하루 전날인 7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최측근이라고 불리우는 최경환 의원이 박 후보 비서실장에서 전격적으로 사퇴했다.
최 의원이 사퇴하기 이틀전인 5일에는 한광옥 전 민주당 고문이 새누리당 입당을 선언했다. 한 고문의 입당을 놓고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은 "부패전력자와 함께 할 수 없다"며 사퇴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었다.
김종인 국민행복위원장은 "나와 이한구 중 한 명을 선택하라"며 이한구 원내대표와 경제민주화를 놓고 갈등을 겪고 있었고,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친박 2선 후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8일 박 후보의 최측근인 최 의원이 사퇴했지만 이 원내대표와 서병수 사무총장도 퇴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친박 사퇴론을 제기한 의원들은 "최경환 한명을 겨냥해 사퇴론을 제기한 것은 아니다"며 추가 사퇴를 요구하고 있었다.
박 후보의 리더십에 대한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나오면서 새누리당은 최대의 위기를 겪는 양상이었다.
그런데 하루만에 모든게 뒤바뀌었다. 정문헌 의원의 NLL 의혹 제기는 새누리당 내부의 총구를 일제히 외부로 돌리게 만들었다. 더 이상 '쇄신'이니 '변화'니 하는 목소리는 설 자리를 잃고 사라졌다. NLL 하나만 남았다.
4주째 접어든 NLL 의혹 제기는 박 후보를 괴롭히던 당내 문제를 말끔히 정리해주었다.
◇야권 지지율 높아진 텃밭 영남권을 사수하라
NLL 의혹제기는 새누리당 당내 분란만 잠재우는 용도는 아니다. 지난 17대 대선과 비교해 야권 지지율이 높아진 영남권을 겨냥한 고도의 대선 전략으로 더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특히 각종 여론조사결과를 종합하면 부산·경남(PK)의 경우 야권 지지성향이 40%를 넘어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4.11 총선 당시 충청도와 강원도에서 세력을 확장했고, 최근에 충청도를 기반으로 하는 선진통일당과 합당하면서 중원을 장악한 형세다.
하지만 전통적인 새누리당의 텃밭, 특히 PK는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PK지역의 야권 지지성향이 40%를 훌쩍 넘어섰다. 더구나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모두 부산의 전통적인 명문고인 경남고와 부산고 출신이다.
TK지역에서도 지난 4.11총선에서 김부겸 전 의원이 40%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민심이 예전과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영남권 표밭을 잠식당하는 것은 충청도와 강원도를 얻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지난 4.11 총선을 기준으로 유권자 분포 현황을 보면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이 49.3%, 영남권(대구·경북·부산·경남) 26.2%, 전라도(광주·전남·전북) 10.2%, 기타지역(충청·강원·제주·세종)이 14.3%다.
새누리당의 텃밭인 영남권이 전라도와 충청도, 강원도, 제주도 등을 모두 합친 것보다 유권자 수가 더 많은 것이다.
특히 새누리당은 영남권의 절대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수도권에서의 열세를 만회하며 승리를 거두었고, 야권의 경우 영남권에서의 약세 때문에 지난 1997년과 2007년 대선에서도 DJP연합과 노몽연합을 하고도 20만표~50만표 정도의 박빙의 승리에 만족해야 했다.
그런데 새누리당의 텃밭인 영남권이, 특히 PK지역이 TK지역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주며 "우리가 남이가"에서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으로서는 강원, 충청 등 중원을 압도적으로 이긴다해도 PK에서 40% 이상의 표를 야권에 넘겨줄 경우 승리 가능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4.11 총선 당시 민주당은 PK지역에서 소선거구제의 제약 속에 3석을 획득하는데 그쳤지만 40%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다.
이런 흐름을 되돌릴 수 있는 최선의 카드가 바로 안보이슈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으로서는 선거 막판까지 영남권 표심을 되돌리기 위해 NLL 의혹 등 각종 안보 이슈를 지속적으로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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