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 지방이전 어쩌나..건물 안팔려 ‘고민’
국가 기부채납 등 편법 등장..예산정책처 "국회 심의·의결 필요"
2012-10-30 16:25:38 2012-10-30 16:27:21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세종시와 혁신도시 등 지방으로의 이전이 예정된 국책연구기관들이 부동산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재 입주돼 있는 건물을 팔고 새로운 건물로 들어가야 하지만, 건물이 팔리지 않아 이전비용마련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입주 건물 팔리지 않아 비용마련 '난항'
 
30일 국무총리실과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따르면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산하 24개 국책연구기관 중 세종시와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기관은 모두 20개로 이 중 9개 기관은 현재 자체청사를 이용하고 있고, 11개 기관은 임차로 청사를 이용중이다.
 
자체청사를 보유하고 있는 연구기관은 이전 대상도시의 자체청사로 이전하고, 종전에 쓰던 건물과 토지 등 부동산은 매각해서 이전비용을 마련해야 하는데 매각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다 매각건물의 용도까지 제한돼 있어 유찰이 반복되고 있다.
 
자체청사를 보유하고 있는 9개 기관 중 세종시로 이동하는 국토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법제연구원, 한국조세연구원 4곳 중에서 현재 종전 부동산을 매각한 기관은 한국조세연구원 한 곳 뿐이다. 조세연구원은 지난해 11월 318억2200만원에 보유 부동산 매각을 확정했다.
 
혁신도시의 자체청사로 이전하는 연구기관들 역시 마찬가지다.
 
혁신도시의 자체청사로 이전하는 에너지경제연구원(울산 중구), 정보통신정책연구원(충북 진천), 한국교육개발원(충북 진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충북 진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전남 나주) 중에서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2011년 1월·매각가액 802억원)과 한국교육개발원(2011년 8월·732억5200만원) 두 곳만 매각이 확정됐다.
 
나머지 세 곳은 부동산 매각 지연으로 계획대로 내년말까지 청사를 이전하기 어렵게 됐다.
 
◇국가 기부채납 등 편법 이전지원 방안 등장
 
사정이 이렇다보니 편법적인 이전지원방안도 등장했다.
 
KDI의 경우 내년말 세종시 청사가 준공될 시점에 현재 서울 동대문구 홍릉 소재의 청사를 국가에 기부채납하고, 자체차입을 통해 마련한 이전비용 일부를 정부 출연금으로 지원받을 계획이다.
 
현재의 부동산이 팔리지 않으니, 일단 자체적으로 돈을 빌려서 청사 부지매입 및 건축공사 비용을 충당하고, 이 중 일부를 정부 출연금 예산으로 우선 상환하겠다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출연금으로 이전비용 일부를 충당하는 방식은 '공공기관 이방이전에 따른 혁신도시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서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법에는 원칙적으로 이전공공기관이 종전부동산을 매각해서 이전비용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고, 종전부동산이 매각되지 않으면 지자체나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지방공기업 등을 통해서만 매입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KDI의 이전비용을 출연금으로 지원하는 것은 다른 연구기관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며 "매각이 아닌 출연금으로 우회지원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심의와 의결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연구기관들의 부동산 매각이 어려운 데에는 매각조건에서 종전부동산의 용도를 제한하고 있다는 점도 한 몫 하고 있다.
 
현재 종전부동산을 매각하지 못한 5개 연구기관은 매각 조건으로 교육연구시설 등으로 용도를 제한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들 기관이 2011년 7월 이후 5차례에 걸쳐 실시한 매각공고는 모두 유찰됐다.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청사 매각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 "지자체나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매각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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