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순욱기자] 새누리당이 그야말로 중구난방이다.
지난달 31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중도에 사퇴하면 국고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이른바 '먹튀방지법'과 '투표시간연장법'을 동시에 처리하자는 새누리당의 제안을 전격 수용하면서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이 난무하고 있다.
이 문제가 처음 불거진 것은 지난달 29일 이정현 새누리당 공보단장이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브리핑을 하면서다.
이 단장은 브리핑에서 야권의 투표시간 연장 요구와 관련, "어차피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할 문제라면 여·야가 합의해 두 가지 법안을 동시에 고치자"고 제안했다.
이 단장은 이어 "대선후보로 출전하지도 않으면서 150억원의 혈세를 먹고 튀는, 이른바 '먹튀' 방지법을 만드는 게 투표시간 연장보다 훨씬 중요하다"며 "먹튀방지법과 투표시간 연장을 동시에 처리하자"고 밝혔다.
누가 봐도 '먹튀방지법'과 '투표시간연장법'을 연계해서 동시에 처리하자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당시 모든 언론도 두 가지 법안을 연계해서 처리하는 것으로 보도했고, 이런 보도에 대해 이 공보단장은 물론 새누리당 그 누구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투표시간 연장을 요구하고 있는 야권을 향한 역공의 성격을 갖고 있었고, 거의 모든 매체가 이같은 분석기사를 쏟아냈다. 관련기사만 수백개에 이른다.
그런데 이 공보단장은 1일 말을 바꾸었다.
이 공보단장은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처음에 이 문제를 기자들한테 얘기할 때 두 법을 '교환하자'가 아니고, 두 법을 어차피 입법 사안이니까 국회에서 '논의하자'고 얘기했다"고 해명했다.
이 공보단장의 해명이 맞다면 대한민국 모든 언론이 오보를 낸 셈이 된다. 당시 브리핑을 들었던 기자들이 '오해'를 했다는 이야기도 된다.
더 큰 문제는 '먹튀방지법'과 '투표시간연장법' 연계처리에 대해 새누리당 차원에서 논의를 했는지 여부다. 즉 이 공보단장 개인 견해였는지, 당 차원에서 논의한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박선규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이 공보단장의)개인적 의견을 전제로 말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또 '이 공보단장이 투표시간 연장과 먹튀방지법 연계를 언급했다'는 질문에 "오해의 소지가 있으나, 선대위의 공식적 입장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같은 박 대변인의 해명은 '먹튀방지법과 투표시간연장법 연계처리'를 전제로 '당 차원의 견해'가 아닌 이 공보단장의 '개인 견해'로 논란 확산을 차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 공보단장의 설명은 또 다르다.
이 공보단장은 "선대위 내부에서 그런 부분들이 논의가 됐는데 투표시간 연장은 적절하지 않다는 얘기가 계속 있었고, 투표 연장법을 고쳐야 하는데 대선 관련 선거법을 고친다면 '잘됐다, 이 기회에 먹튀방지법을 손보자'는 얘기가 있었고, 그런 내용을 기자들에게 전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해명대로라면 이 공보단장의 개인 견해가 아니라 당 차원에서 논의를 했다는 것이다. 또한 야권에서 투표시간연장법을 요구하며 여론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새누리당 차원에서 여기에 대응해 먹튀방지법을 함께 논의한 것으로 해석하기에도 충분한 정황이 된다.
문 후보의 전격적인 먹튀방지법 수용, 그리고 투표시간연장법 동시처리라는 승부수에 맞딱뜨린 새누리당이 투표시간 연장을 막는데만 집중하다가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을 중구난방으로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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