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고재인기자] 금융감독원이 대선을 코앞에 두고 서민을 살리겠다며 금융권을 압박해 내놓은 깡통주택 대책이 '속빈강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연체로 경매에 넘어가기 전 3개월의 유예기간을 주기로 했는데 실제로 이 제도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특히 내년에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말뿐인 대책이 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2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에 '금융기관 담보물 매매중개지원(경매유예) 제도'를 시행한 결과 신청자가 한명도 없었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지난달 말 은행권과 함께 서둘러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은행과 저축은행 이외에 보험·카드·캐피탈 등 약 2000~3000개 금융기관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이달 중에는 각 금융협회에서 금융기관 담보물 매매중개지원 협약가입에 대한 안내를 하고 12월중에 협약 가입 대상을 늘려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거의 협약서를 개정해 신규 신규가입 할 수 있도록 했다”며 “각 협회가 내달 중 회원사에게 공문을 보내 가입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하우스푸어 대책은 생색내기에 불과할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미 지난 2007년에 국민은행이 주도하고 은행연합회가 개발해 도입한 금융기관 담보물 매매중개지원(경매유예) 제도가 관련 센터를 세워 2년간 활발히 추진한 결과 수 백건의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2010년 6월 이후 지금까지는 단 1건의 실적밖에 올리지 못했다.
더욱이 전 금융권으로 확대를 해서 도입하더라고 이용 실적 개선은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A은행 관계자는 “대외적으로 홍보하고 내부교육을 하면 어느 정도 활성화 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숫자로 어느 만큼 늘어날 것 이라는 얘기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협약가입 금융기관이 많이 늘어나는 것이 관건이며, 예상 실적으로 수 백건에서 많게는 수 천건을 예상하고 있다.
금융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6만9000가구가 하우스푸어며 이중 자산보다 빚이 더 많은 고위험 가구도 10만1000가구라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고위험 하우스푸어의 10분의 1도 도움이 안될 수준의 대책이라는 얘기다. 과거 은행들이 성공하지 못한 해묵은 제도를 마치 하우스푸어 문제의 해결방안처럼 내놓은 셈이다.
더욱이 부동산 시장에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내놓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살만한 수요가 없다는 점과 내년 아파트 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최우식 부동산1번지 팀장은 “지금도 경매 유찰률이 높은 상황에서 경매로 넘어가기 전에 살만한 수요가 얼마나 있을 지 모르겠다”며 “아파트 가격은 2011년 3월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어 안팔리는 주택이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을 준다고 해서 팔릴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최 팀장은 “국민주택기금을 통해 지원되는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 처럼 금리를 인하해 주택구입 수요를 늘리는 방법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협약가입 대상을 전 금융권으로 늘리겠다고 했지만 실질적으로 가입대상이 늘어날 지는 의문이라는 것.
김규정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본부장은 “금융권의 참여유발을 위해 인센티브를 주지 않는 이상 참여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금융회사들이 연체율 상승에 부담을 느끼면 담보물건 회수하는 것이 쉬운 방법인데 굳이 경매 전 3개월을 소요시킬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추가 하락 요인들이 살아있고 주택가격 회복으로 가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경매가격보다 비싼 주택을 사줄 수 있는 매수시장을 어디에서 확보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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