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 복지법' 18일부터 시행..내년 예산 70억원
법을 통한 예술복지 지원 의미..대학로에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설립
2012-11-06 15:44:26 2012-11-06 15:46:12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예술인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보호하고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증진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제정된 '예술인 복지법'이 오는 18일 본격 시행된다. 내년도 예술인 복지지원 예산은 70억원으로 확정됐다.
 
6일 예술인 복지법 시행령 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출범하고, 예술인 복지 지원 정책도 추진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예술인의 복지 증진에 대한 시책을 수립, 시행해야 하며 예산 범위 내에서 복지증진 사업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이밖에 무계약.불공정 계약관행 때문에 직업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한 예술계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표준계약서 양식이 개발, 보급된다. 예술인의 경력관리에 도움을 주기 위해 예술인의 활동 실적 및 경력 정보를 체계적으로 축적, 관리하는 예술인 경력정보시스템도 12월 중 구축, 운영될 예정이다.
 
법의 적용을 받으려면 예술인 정의와 관련한 예술인 활동 증명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공표된 예술 활동 실적', '예술 활동 수입', '저작권(저작인접권) 등록 실적', '국고.지방비 등의 보조를 받은 예술 활동 실적' 중 하나의 요건만 충족하면 되며, 위 4가지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는 예술인복지재단의 별도 심의를 통해 예술인 증명이 가능하다.
 
아울러 예술인 복지법에서 규정한 예술인 산재보험 적용과 관련해 '산업재해 보상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이 같은 날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오는 18일부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예술인의 산재보험 가입도 가능하게 된다.
 
가입 대상은 '예술인 복지법에 따른 예술인으로서 예술 활동의 대가로 보수를 받는 계약을 체결하고 활동하는 사람'이며 한국예술인복지재단과 근로복지공단이 협력해 예술인 산재보험 적용을 지원할 예정이다.
 
예술인 복지법 시행에 따라 한국예술인복지재단도 설립될 예정이다. 예술인 복지재단은 앞으로 사회 보장 확대 지원, 예술인의 직업 안정과 고용 창출, 예술인 복지 금고 관리.운영 등 다양한 복지 증진 사업을 수행할 예정이다.
 
2013년도에는 예술인 복지법을 통한 지원사업인 '예술인 취업지원 교육프로그램 운영'에 40억원, '사회공헌과 연계한 창작준비금 지원 사업'을 위해 30억원 등 총 70억원이 정부예산안에 반영됐으며, 예산 추가 확보를 위해 계속 노력할 예정이다.
 
다음은 예술인 복지법 시행과 관련해 6일 기자설명회에서 진행된 문화체육관광부 김재원 예술정책관과의 일문일답.
  
-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이사장은 선임됐나? 사무실 위치는 어디인가?
 
▲ 현재 실무직원 11명에 대한 채용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사장의 경우 복지재단 운영비 절감차원에서 비상임으로 하고, 상임위원과 대표가 실제 운영하는 체제로 간다. 인선작업이 진행 중이다. 예술인 복지법이 시행되는 다음날인 11월 19일자로 복지재단이 출범하도록 준비하고 있다. 사무실은 대학로로 사실상 정해진 상황이다.
 
- 상임이사나 대표는 어떤 방법으로 선출되는가?
 
▲ 공모방식은 아니고, 예술장르별 기능에 맞춰 정해질 예정이다. 특히 대중예술이나 연예 쪽이 복지법 시행 대상에 많이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영역을 대표할 수 있는 분들도 모셨다. 예술인복지재단은 문화예술위와는 성격이 다른 조직이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예술장르분야의 큰 카테고리로 묶일 수 있는 분들을 이사로 모실 방침이다. 복지, 법률, 회계 등에 실무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분들로 인선풀을 만들어서 현재 검토 중에 있다.
  
- 예술인 복지법의 내용을 보면 4대보험 같은 금전적인 도움보다는 교육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 같은데?
 
▲ 과거의 경험에 비춰보면 예술인들이 대부분 산재보험 적용대상에서 배제되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일단 예술인들이 산재보험 대상이 되어 본인이 원하면 가입할 수 있게 된 것은 큰 진전으로 볼 수 있다.
 
사실은 기존의 문화예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술인 정책에서도 크게 보면 복지와 창의성 함양, 이 두 가지에 균형을 맞춰가는 쪽으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래서 경제적 문제에 봉착하거나 재해를 당했을 때의 조치와 함께 교육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 춥고 배고픈 예술인들의 실질적인 가계 지원은 생각하지 않고 있나?
 
▲ 안타깝게도 현재 정부예산 가지고는 생활비 지원같은 부분을 감당하기가 어렵다. 다만 문광부 장관도 복지재단 운영과 예술인 복지금고, 이 부분의 예산을 확보하는 것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어제 문방위 상임위원회가 있었지만 여야 공히 예술인 복지재원 확충이 더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실제로 예술인 금고가 설치될 수 있게 되면 장기 저리의 융자사업도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사실 예술인 복지법에 대한 논의 중 가장 많이 얘기된 것 중 하나가 4대보험이었다. 예술인 54만명(한국고용정보원, 2008년 기준)에게 4대보험 지원하는 게 현실적으로 많이 어려운 일인가? 
 
▲ 먼저 설명하자면 복지법의 대상이 되는 예술인은 우리가 생각하는 예술인과 조금 맥락이 다르다. 열악한 처지에 있다고 해서 무조건 국가나 사회가 다른 직군에 비해 특별하게 예우나 배려를 해줄 필요성이 있는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다.
 
고용노동부에서 예술을 업으로 삼는 분들을 조사를 했더니 그 숫자가 54만명 정도 됐다. 그 중에서 미술이나 음악 교사 등 교육부분이 14만명이었고, 실제 예술인 복지법의 주된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 예술 스태프는 2만 5000명이었다.
 
고용보험의 경우 우리 입장에서도 어려웠던 부분이 다른 직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희생을 통해서 예술인들을 과잉보호한다는 견해가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노동위원회에서도 그런 의견을 들어 반대를 해왔고 실제로 법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규모를 축소할 수 밖에 없었다.
 
현재 확보한 70억원의 활용 방안은 재취업 교육 지원, 창작준비금 제도다. 일종의 실업급여 내지 재취업 기회 부여 등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고용보험을 어느 정도 보전하는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국회에서 특히 문광부가 역점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애쓰는 것은 예술인 복지금고다. 언론인 금고라든가 출판인 금고처럼 저리 또는 무이자 융자사업을 펼칠 수 있다면 지금보다는 한결 나은 복지수준 제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예술인 복지법을 시행하고 있는 외국 사례가 있는지?
 
▲ 외국사례 중에는 우리나라처럼 예술인복지법 같은 특정직군을 지칭하는 법률이 있지는 않다. 하지만 프랑스의 경우 예술인들을 다른 근로자들에 비해 특히 실직시에 더 우대하는 제도가 있고, 독일에서도 저작권 사용자와 고용주들이 분담을 해서 예술인 복지를 지원하는 제도가 있다. 우리보다는 좀더 향상된 단계의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예술인 복지법에서 4대보험 부분과 예산 확보 부분이 미흡하다는 것에 대해 걱정과 우려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예술인들의 사회적 기여를 법률이라는 형태를 통해서 처음으로 인정되는 첫 시발점으로서 의미를 생각해 달라. 법률이라는 것은 한 번 만들어지면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진화한다. 앞으로 예술인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국민의 인식 등 사회여건이 변하면 지금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조금씩 개선되리라고 믿는다.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는 2012년 11월18일이 대한민국 예술인 복지에서 획기적인 시작점이었다고 회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원래 350억원의 예산을 신청한다고 했었다. 70억원으로 줄어든 이유는?
 
▲ 기획재정부 예산실에 가서 필요한 규모를 얘기 하지만 결국은 그쪽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문제다. 기재부 입장은 신규사업을 들고 가면 대부분 묵살하기 일쑤다. 그나마 정부예산에서 70억원을 확보한 것도 우리로서는 통상적인 관행에 비추어서는 고무적이다. 또 국회에서 예술인 복지법의 재원 확보에 대해 관심이 지대하다는 것을 기재부에서도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추후 국회에서 어느 정도 증액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부분도 기재부가 예상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 줄어든 나머지 280억은 어떤 부분이었나?
 
▲ 큰 덩어리가 200억짜리 금고 예산이었다. 이 돈으로 금고의 시드머니를 조성하려 했었다.
 
또 예술인 복지재단에 할당된 15억원 남짓이 있었다. 산재보험료는 원래 고용주가 1%를 내게 되어 있지만 지금은 예술인들의 특수상황 때문에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애당초 저희가 13억2천만원을 신청했지만 아직 반영이 안됐다.
 
또 현재 70억에 반영돼 있는 부분 중에서 당초 우리 계획보다 축소된 부분이 있다. 원래는 재취업 교육지원에 4000명, 창작준비금 제도에 1500명 정도 혜택을 주려 했는데 현재 각각 1500명과 900명으로 줄었다.
 
- 예술활동으로 얻은 소득에 따른 예술인의 기준은?
 
▲ 연봉기준으로 3년에 360만원 이상, 또는 최근 1년에 120만원 이상의 소득을 거둔 사람이라는 기준을 세웠다. 예술인 범위가 너무 넓다는 것과 관련해 부연 설명하자면 실제로 지원해야 될 대상이 대상에서 배제될 우려 있는 직종이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넓게 잡은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시행규칙제정안에서 의견을 수렴했다. 예를 들면 기획인력이나 작사가 같은 직종이 빠져 있어 보완했다. 이밖에도 3년에 세번 정도 창작행위를 했다던가, 어떤 형태로든 저작권 혹은 저작인접권을 등록했을 경우, 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기금 지원을 받은 경력이 있을 경우 등 예술인임을 증명할 방법이 여러가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에는 예술인 복지재단의 심의를 거쳐서 예술인에 포함되는 안도 마련했다.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과거의 활동을 충분히 평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예정이다.
 
- 신인은 배제되는 것인가?
 
▲ 신인은 사실 조금 어려운 점이 있다. 앞으로 평생 예술을 업으로 삼을 것이라는 것이 충족되어야 하는데 처음 한두 번 참여했다가 중도에 포기하고 다른 길로 전환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예술을 업으로 한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기간 동안 예술행위에 대한 증명은 어쩔수 없이 요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검증기간이 필요하다. 종전 왕성한 활동을 하다가 잠시 쉬는 분들은 구제가 되지만, 이제 막 예술을 시작한 분일 경우 앞으로도 평생 할 것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 예술인 등록절차가 따로 있나?
 
▲ 등록절차가 따로 있지 않다. 현재 민예총, 예총, 국악협회, 가수협회 등 많은 민간협회가 있다. 공인된 협회에 가입되어 있으면 자동적으로 예술인으로 인정되긴 하지만 별도의 협회 등록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예술인 복지법 상의 여러가지 혜택을 받고 싶다면 지원 신청하면 된다. 이를 위해 자기 이력을 관리할 수 있는 경력정보시스템 구축을 12월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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