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최근 벤처기업들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벤처시장 활성화에 따른 '제2의 벤처 붐'으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왔다.
벤처기업 수가 급증한 것은 모험적인 창업을 뒷받침하는 벤처캐피탈의 활성화에 의한 결과라기보다는 기술보증기금이나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지원을 받는 기술평가 보증·대출 기업이 늘어나 벤처기업이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모험적 창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벤처캐피털 확충을 위한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2일 발간한 '제2의 벤처 붐을 맞고 있는가?: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성장에 대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0년 기준 벤처로 인증된 기업 4만4831곳 가운데 기술평가보증 및 대출 기업은 전체의 90.6%를 차지했다.
기술평가 보증ㆍ대출 기업은 기술보증기금이나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기술성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 중소기업으로 정책적 의도로 추가된 벤처기업 유형이다.
반면에 벤처투자기관으로부터 자본금의 일정 비율(10%) 이상을 투자받은 벤처투자기업은 2.5%, 연구개발기업은 6.4%에 불과했다.
KDI에 따르면 벤처기업 수가 빠르게 증가한 것은 지난 1990년대 말 IT벤처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이후 지난 2001년~2002년 소위 'IT 버블'이 붕괴하면서 급감한 후 2003년을 기점으로 다시 증가해 2010년 말 현재 약 2만5000개에 달하고 있다.
특히 2006년 이후의 증가세가 두드러지면서 일각에서는 '제2의 벤처 붐'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KDI는 최근 벤처기업 급증이 벤처캐피털 활성화의 결과라기보다 정책적 지원대상이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상장된 벤처기업 수가 미미한 수준에 그쳐 '통계와 현실의 괴리'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완 KDI 연구위원은 "최근의 벤처기업 수 급증은 벤처시장 활성화의 결과라기보다는 기술보증기금 또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지원을 받는 기술평가 보증⋅대출 기업의 증가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또 2000년대 후반부터 신규 벤처투자기업의 규모(매출액)가 현저히 커지고 있는데, 이는 벤처캐피털이 1990년대 말과 비교하면 안정적인 기업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보수화'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KDI는 벤처캐피털의 보수화가 모험적 창업의 활성화를 저해할 수 있으므로 벤처캐피털 확충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연구위원은 "현재의 벤처지원제도가 기업들의 성장을 유인하기 보다 계속 벤처 지위를 유지하도록 하는 유인을 제공하고 있지 않은지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벤처캐피탈과 같은 시장기제를 이용한 창업지원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현재의 지원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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