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CJ, '기일'마저 으르렁..상속소송 여파
2012-11-13 14:20:52 2012-11-13 18:12:06
[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삼성과 CJ가 끝내 선대 회장 묘소 앞에까지 싸움을 끌고 가는 모양새다. 양측의 골이 깊은 만큼 더 이상 가족으로서의 우애는 보기 어렵게 됐다.
 
삼성은 최근 호암재단을 통해 CJ, 신세계, 한솔 등 범삼성가로 불리는 각 그룹에 내용 하나를 통보했다. 19일 고(故) 이병철 회장의 25주기 기일을 맞아 삼성 자체적으로 추모식을 진행할 테니 각 그룹들도 해당 시간대를 피해 개별적으로 추모행사를 진행했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이건희 회장 등이 참석하는 추모식의 시간대를 알렸다. 오전 11시부터 중식(中食)까지로, 이 시간대 이후 따로 행사를 진행하라는 얘기였다.
 
그러자 CJ가 바로 반격에 나섰다. 큰집이 먼저 추모식을 진행하는 게 예우와 도리에 맞는다는 이유로 삼성보다 앞선 시간대에 진행하겠다고 호암재단에 회신한 것이다. CJ 관계자는 13일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삼성이 추모식을 하니 그 이후로 하라는 연락을 호암재단으로부터 받았다”며 “그래서 시간대를 피해 오전 9시30분까지 우리 추도식을 끝내겠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앞서 범삼성가는 매년 선대 회장 기일을 맞아 용인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에 모여 추모식을 함께 진행했다. 삼성과 CJ, 신세계, 한솔까지 모인 면면들은 선대 회장이 세운 삼성의 오늘이었다. 통상 가족의 추모식 이후엔 각 그룹 계열사 사장단이 참배하며 이병철 회장의 정신을 기렸다.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추모식을 하지 않고, 시간대를 달리하면서까지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재계에서는 삼성과 CJ의 끊임없는 신경전을 상속소송의 연장선상에서 풀이하는 분위기다.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은 지난 2월 동생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선대 회장의 유산 일부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이 일로 형제는 둘로 나뉘었다. 가시돋힌 감정적 발언이 오가며 세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맹희 전 회장은 이병철 선대 회장의 장남으로 그의 아들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이다.
 
한편 삼성 측은 2007년과 2008년 이건희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했을 때 각 그룹별로 추모식을 진행한 선례가 있었고, 지난해에도 신세계 측에서 별도로 추모행사를 치렀다며 상속소송과 연관 짓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눈치다. 삼성 관계자는 "최근 각 그룹이 커지면서 2~3년 전부터 그룹별 의견을 모아 행사를 시간대별로 나눠서 하는 게 어떻느냐는 의견이 있었다"며 "CJ에서도 이 같은 의견을 호암재단에 개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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