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끝내 허언(虛言)이 되는 분위기다. 꿈의 TV는 결국 연내 출시가 어렵게 됐다. 공언했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자존심에 심한 상처를 입게 됐다. 감정싸움에 몰두한 끝에 빚어진 결과다.
발을 빼면서도 여전히 신경전은 이어가고 있다. 이미 싸움은 서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러서는 쪽이 진다"는 결기마저 흘러나왔다. 이제 싸움은 누가 먼저 OLED TV를 내놓느냐에서 누가 먼저 약속을 뒤집느냐로 변질됐다. 막판까지 눈치작전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올 초 미국에서 열린 CES에서 나란히 55인치 OLED TV를 세계 최초로 선보일 때부터 싸움은 예견됐다. 국내로 돌아와선 기술 유출을 둘러싸고 한바탕 난타전을 벌였다. 다툼은 법정공방으로까지 이어질 태세다. 이 과정에서 서로를 향해 뱉은 말들은 관객들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수장 간 자존심마저 걸리면서 신경전은 한층 거칠어졌다. 9월 독일에서 열린 IFA에서 윤부근(삼성)·권희원(LG), 두 사장은 하루건너 기자간담회를 열고 세계 TV시장 석권을 다짐했다.
선봉장은 단연 OLED TV였다. 두 사람은 마치 입을 맞춘 듯 같은 말을 쏟아냈다. "꿈의 TV, 궁극의 TV"라는 극찬과 함께 "연내 출시"를 거듭 공언하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명확한 출시시점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면서도 오직 하나 "삼성(LG) 보다는 빨리"는 강조됐다. 물러설 공간을 스스로 폐쇄한 것이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양사지만 말(言)을 뒤쫓기엔 벅찼다. 특히 수율 문제가 난제로 떠오르면서 극복까지는 불가피하게 시간이 걸리게 됐다. 현재 20% 내외로 알려진 수율로는 대량 양산 체제로의 전환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끙끙 앓는 소리가 조금씩 흘러나온 것도 바로 이때쯤이다.
용기가 필요해졌다. 스스로 내건 약속을 거둬들일 시점이 다가왔다. 누구도 강요치 않았던 다짐이었다. 소니, 파나소닉 등 한때 세계 TV시장을 호령했던 일본조차 서너 발 뒤떨어져 흉내 내기에 급급한, 삼성과 LG만의 독보적 기술이다. 막대한 손해를 감내하며 무리한 출시를 고집하는 것은 아집이다. 호언에 담았던 자만을 거둬들이면 된다.
진정한 싸움은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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