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중소상인 '갈등' 격화..'무력화'된 '상생'
2012-11-20 17:59:39 2012-11-20 20:07:48
[뉴스토마토 박수연기자] 대형마트와 중소유통업체 간 마찰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15일 상생을 목적으로 출범한 '유통산업발전협의회' 또한 좌초될 위기에 처해 동반성장의지가 결국 '말'뿐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20일 경제민주화국민본부와 합정홈플러스입점저지대책위는 서울 역삼동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대형마트의 무분별한 난립을 규탄하는 긴급소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를 주최한 이선근 경제민주화국민본부 위원장은 "지경부는 정권말 물타기 정책으로 진정성 없는 협의회를 추진했고, 대형마트는 동반상생 의지와는 상관없이 여전히 입점을 강행하고 있다"며 "최근 몇년새 대형마트가 대거 골목상권에 진입함으로써 약 600개의 중소기업, 8만명의 중소상인들이 망하게 됐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9일 전국상인연합회는 대전광역시청 앞에 모여들었다. 같은날 여의도 국회에서는 망원·월드컵·광명·수유시장 대책위 및 중소상인들이 모여 대형마트의 무분별한 입점을 규탄하는 긴급소집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날 대전청사에서 긴급회의를 소집한 진병호 전국상인연합회 회장은 "이런 식이라면 유통산업발전협의회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출범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협의회가 파행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서정래 합정동 망원시장 대책위 팀장은 "최소한의 상생 조건으로 현재 출점을 강행하고 있는 대규모 점포에 대한 출점 중단을 촉구한다"며 "우선 오랜 시간 협의에 난항을 겪어온 합정동 홈플러스 입점부터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일 역삼동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경제민주화국민본부, 합정홈플러스입점저지대책위는 대형마트의 추가출점과 입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 및 시위를 벌였다. (사진=뉴스토마토)
 
최근 대형마트와 중소상인과의 갈등의 불씨가 급격히 커진 것은 지난달 22일 '출점자제'와 '자율휴무'를 이행하기로 양측이 합의한 당일, 홈플러스가 오산 세교점에 신규 대형마트 설립을 등록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다음날인 23일에도 홈플러스는 서울 관악구 남현점에 설립 등록을 신청했다.
 
특히 오산은 지난 15일 지경부가 발표한 유통산업발전법 기준인 인구 30만명 미만(16만6000여명)의 출점 자제 지역인 탓에 지역 중소상인들의 강한 반발이 불가피해졌다. 현재 오산시는 홈플러스의 신청을 받아들인 상태다.
 
전국상인연합회와 전국유통상인연합회 등 전국 주요 상인단체들은 지난 15일 유통산업발전협의회가 출범되고 난 직후 이 소식을 접하고는 충격에 빠져들었다. 앞에서는 협의회를 구성해놓고, 뒤로는 무분별한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대형마트가 취하고 있는 이중적 태도는 이내 비난 대상이 됐다.  
 
진병호 전국상인연합회장은 19일 라디오 프로그램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모든 문제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협의를 같이 해 나가자는 입장인 줄 알았는데 당혹스럽다"며 "쌍방이 합의가 되지 않으면 출점을 자제하겠다는 약속을 어긴 지경부와 대형마트들의 현재 행보는 중소상인들을 너무 허약하게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겉과 속이 다른 유통업체들은 이제 믿지 않고 싶다"며 "최근 지경위를 통과한 유통산업발전법이 조속히 입법화돼 하루빨리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주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실장은 "일련의 이러한 사건들은 지난달 맺은 대·중소간 유통산업발전협의회 기구 자체를 기만적으로 보는 행위"라며 "대형마트들이 상생의지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사건"이라고 비난했다. 한 중소유통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같은 경우 양의 탈을 쓴 늑대와 같다"며 "홈플러스 합정점 같은 경우 협상안을 벌이고 있지만, 속내는 입점을 강행하겠다는 의지 뿐"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8월 개점이 예정됐던 홈플러스 합정점은 현재 보류 상태다. 홈플러스 측은 중소업계와의 조율 등 협의를 진행 중이지만 결국 입점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또 오산 세교점의 경우, 합의기구가 설치되기 이전에 등록을 한 상태기 때문에 절차상으로 문제가 없으며 철회 또한 불가능하다는 것이 홈플러스 측 설명이다.
 
이에 대해 박완주 민주통합당 의원은 "협의회에서 합의한 자율규제와 국회에서 마련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에 최대한 출점을 서둘렀던 것은 대형마트의 숨은 뜻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협의회의 출점자제 합의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 개점등록을 신청한 행위는 진정성 없는 행동이며 상생을 위한 합의 약속을 깬 중대한 과오"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5일 지경부의 중재로 대형마트와 중소상인 간의 제1차 '유통산업발전협의회'가 발족됐다. 협의안은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 등 유통 대형업체들이 ▲2015년 말까지 중소도시 신규출점 자제 ▲월 2회 자율휴무 실시 ▲현재 진행 중인 소송 자체 폐기 등을 준수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지경부 관계자에 따르면 내달 27일 2차 협의회가 열릴 예정이지만, 현재의 대치 국면으로는 파행이 불가피하다는 게 관련 업계의 평가다. 결국 '상생'은 없고, 이익을 쫓는 '독점'만이 있었을 뿐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중소 상인은 시장논리에 의해 차디찬 거리로 내몰려야만 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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