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론스타 소송, 단초 제공한 정부가 책임지고 승소시켜라
2012-11-28 16:00:00 2012-11-28 16:00:00
한 마디로 ‘염치’가 없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를 두고 하는 말이다.
 
론스타는 최근 미국 워싱턴DC의 국제중재기구인 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정부 간 소송(ISD)를 제기했다.
 
외환은행 매각과정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한-벨기에·룩셈부르크 투자협정을 위반하는 부당한 조치를 취해 수십억 달러의 손해를 봤다는 게 론스타의 주장이다.
 
금융위원회는 외환은행 매각승인을 지연했고, 국세청은 외환은행 매각 이익에 부당하게 과세했다는 것이다.
 
적반하장이다. 론스타는 우리나라 은행법상 은행을 소유할 수 없는 산업자본이 문제가 되는 비금융계열사들은 모두 제외, 서류를 허위로 작성해 외환은행을 집어 삼켰다.
 
벨기에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고, 투자자를 바꿔치기 위한 용도로 버뮤다에도 유령회사를 만들었으며, 23개 회사 중 제출한 3개 회사의 대차대조표 중 하나는 가짜였다.
 
주주 행세는 물론, 배당금과 시세차익을 더해 주식을 팔았다. 대주주 적격성 자료는 허위였고, 문제가 된 일본 골프장 얘기는 아예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았다. 결국 4조7000여억 원의 매각 차익을 누리고 한국을 떴다. 거의 ‘사기’ 수준이다.
 
국민들도 질타하고 있는 부분이지만 사실 단초는 한국 정부와 금융당국이 제공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을 추진하던 2007년 곳곳에서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인정받은 론스타의 산업자본 가능성을 지적했지만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3월에야 ‘금융자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무려 4년을 허송세월했다.
 
당연히 매각승인은 지연됐고, 먹튀 비난을 받으며 한국을 떠난 론스타는 이번에 소송을 제기했다.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에서 ‘혜택의 부인(Denial of Benefits)’ 규정을 두지 않은 것도 잘못이다.
 
혜택의 부인 규정이란, 협정 상대국 내 기업이라도 실제 영업을 하지 않는 페이퍼 컴퍼니일 경우 협정에 따른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원인을 제공했으니 정부도 비판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원인 제공과 불법행위와는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론스타는 이미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적법하게 외환은행 주식을 소유했던 게 아니란 얘기다. 감독당국도 속였다.
 
적격성 심사 과정에서 자료도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으면서 매각 승인 지연으로 손해를
입었다고 소송을 제기하는 건 도대체 어느 나라 법이란 말인가.
 
지난 5월 외환카드 주가조작 피해 주주에게 배상했던 718억원 중 60억원 가량을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서 무죄를 받은 외환은행에서 받아내겠다며 싱가포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만 봐도 론스타는 이미 '상식'과는 담을 쌓은 걸로 보인다.
 
곳곳에서 이번 소송 배경으로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으로 올림푸스캐피탈에게 피소돼 패소하면서 입은 손실을 한국에서 메우려 한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곱지 않은 시선들이 많다는 의미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4조7000억원의 매각차익도 모자라 2조4000억원의 혈세를 더 빼내가려는 론스타와의 소송전에 가능한 모든 역량을 동원해야 한다.
 
국민들의 자존심과 국익이 걸린 문제다. 국민을 두 번 죽여서는 안 된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최근 “120% 승소를 자신한다”고 말했다. 말은 필요 없다. 승소로 정부와 금융당국의 존재감을 보여주길 바란다.
 
이승국 경제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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