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대졸 직원에 적합한 업무 따로 있다?
고졸자 적합업무 별도 선정은 업무선택 자유 침해 지적
대졸 취업기회 구축 문제 양산 우려도
2012-12-05 06:00:00 2012-12-05 06:00:00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학력차별 철폐와 청년 실업문제 해결을 위한 한 방편으로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고졸 채용이 확대되고 있지만, 고졸자에 대한 적합업무를 별도로 선정해 채용하는 등 차별적인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5일 기획재정부와 공공기관들이 공개한 2013년도 공공기관 신규채용계획에 따르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 등 288개 공공기관에서 내년에 1만5400명을 신규채용하고, 이 중 고졸자를 2512명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전체 공공기관 신규채용인원에서 고졸 인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16.3%, 28개 공기업 중에서는 신규채용인원의 32.5%에 달하는 등 비율이 높다.
 
문제는 공공기관들이 고졸을 채용하는 방식에 있어 고졸적합업무라는 것을 구분해 별도로 채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고졸자들은 해당업무 외에는 업무를 선택할 수 없어 업무선택의 자유를 침해받고, 다른 한편으로는 절대 다수의 취업희망자인 대학졸업자들을 취업기회를 구축하는 문제까지 양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서울무역전시장에서 열린 '공공기관 열린채용박람회' 현장에서 "고졸적합업무를 구분해서 채용하는 것은 부적합해 보인다. 고졸이 그 업무에 적합하다는 것은 업무를 차별하는 것이고, 그 자체가 학력차별로 비춰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실제 신규채용에서 고졸자와 대졸자의 노동생산성에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임금에서는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조세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에 따르면 동일한 산업분야에서 고졸인력 비중이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은 무의미했다.
 
2011년 기준 한국전력과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중부발전 등 6개 공공기관의 고졸인력 비중을 보면 고졸인력 비중이 두번째로 낮은 한국전력의 노동생산성은 2.145로 가장 낮았고, 고졸인력 비중이 상위에서 두번째인 한국남동발전은 노동생산성이 5.224로 6개기관 중 가장 높았다.
 
박한준 조세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대졸자와 고졸자간 생산성 차이가 나타난다는 명확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 반대로 우리나라의 학력간 임금격차는 매우 크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0년 고졸임금을 기준을 100으로 봤을 때 OECD 회원국 대졸평균임금은 153인데 비해, 우리나라의 대졸임금은 160으로 고졸임금과의 격차가 컸다. 일본은 OECD평균보다 낮은 143이었고, 프랑스는 150, 영국도 156으로 우리보다 낮았다.
 
고졸채용을 고졸적합업무로 제한경쟁하고 있는 것이 결국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졸인력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졸적합업무로 구분해서 채용하는 것은 고졸채용 확대라는 정책목적에 의해 일종의 궁여지책으로 마련된 방안으로 보인다"면서 "결과적으로 특채형식의 채용은 현재의 기업문화에서는 취직은 쉽게 할수 있겠지만, 승진 등 기업 내에서의 경쟁에서 도태될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