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승원기자] 최근 코스닥시장에서 상당수 상장사들이 주가방어를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지만 그 효과는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재정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재정절벽 리스크, 중국의 저성장 등으로 국내증시가 곤두박질치면서 코스닥 상장사들이 자기주식 취득에 나서고 있지만, 단기 호재로 끝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경영과 실적에 대한 확신을 시장에 표출하는 자기주식 취득이 주가 상승 시 물량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4분기 13개사 자사주 취득 결정..전분기 2배
최근 코스닥 상장사들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자 잇따라 자기주식 취득에 나서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월부터 이달 11일까지 주가 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자기주식 취득을 결정한 코스닥 상장사는 총 13개사다. 지난 3분기 6개사가 자기주식 취득을 결정한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이다.
지난 6일 광전송장비 개발 전문업체
텔레필드(091440)는 약 5억원 규모(32만7868주)의 자기주식을 장내에서 매수한다고 공시했다.
같은날 알루미늄 탈산제 국내 1위 업체인
피제이메탈(128660)도 15억원 규모(85만2272주)의 보통주를 장내에서 매수키로 결정했고, 인쇄회로기판(PCB) 전문기업
디에이피(066900)도 역시 33억5000만원(50만주) 규모의 자기주식을 장내에서 직접 취득한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디스플레이 및 반도체 이송장비, 레이저 글라스커팅 장비 전문 제조기업
로체시스템즈(071280)과 LCD(액정표시장치) 및 LED(발광다이오드) 장비 전문기업
탑엔지니어링(065130)도 주가 안정을 이유로 각각 3억원(8만3333주), 20억원(45만주)의 자사주 취득 계획을 공개했다.
◇주가 부양효과는 '미흡'..절반 기업만 상승
주가 방어를 위한 코스닥 상장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는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다.
자사주 취득을 발표한 13개 상장사 중 주가가 상승한 상장사는 6개사에 불과했다.
지난 10월14일 10억2000만원(10만주)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을 결정한
LIG에이디피(079950)는 이날까지 20.7%,
피앤이솔루션(131390)이 19.3%의 상승폭을 보였고,
이노칩(080420),
텔레필드(091440),
로체시스템즈(071280) 등은 5~6%대의 주가 상승폭을 나타냈다.
반면, 지난달 8일 5억3500만원(5만주) 규모의 자기주식을 취득키로 결정한
인포뱅크(039290)는 공시 당일 보합세인 1만700원에 장을 마쳤다. 다음 거래일엔 3.27%(350원) 내린 1만350원에 장을 마친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다 12일 현재 공시 발표일보다 28.1% 하락한 7690원에 머물러 있다.
엘티에스(138690) 역시 지난달 14일 9억8400만원(10만주) 규모의 자기주식을 취득키로 결의했지만, 공시 당일 주가는 4.17%(410원) 내린 9430원을 기록했다. 이후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간 뒤 등락을 반복한 주가는 공시 당일대비 26.3% 내린 6950원으로 내려앉았다.
결국, 주가 안정을 위해 자기주식 취득에 나선 상장사 절반이 아직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 "긍정적이나 투자에는 신중해야"
코스닥 상장사들의 잇따른 자기주식 취득에 대해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기업 자체자금으로 주식을 매입하는 자기주식 취득은 실적에 대한 자신감을 투자자에게 보여주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현재
동양증권(003470) 스몰캡 팀장은 "회사 돈으로 자기 주식을 매입하는 자기주식 취득은 회사의 주가 부양의 의지로 볼 수 있어 긍정적"이라며 "특히, 경영과 실적에 대한 확신을 표출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사주 취득을 단행한 기업에 대한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자기주식 취득이 단기적인 재료로 작용할 수 있는데다 주가 상승 시 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문현식
NH농협증권(016420) 연구원은 "자사주 취득이 나쁘지는 않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업의 실적이나 기업이 속한 상황"이라며 "몇 백억의 자사주 매입이 아닌 적은 금액의 자사주 매입은 단기적으로 주가 부양에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볼 때 자사주 매입 때문에 주가가 상승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연구원도 "해당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해 나중에 소각하면 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적어져 주가에 긍정적"이라면서도 "단지, 해당기업이 향후에 주가가 올라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팔면 물량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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