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제18대 대통령선거의 특징 중 하나는 과거에 비해 결정적 변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2002년 16대 대선시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를 낙마시킨 ‘김대업 사건’이나 2007년 17대 대선 때 당선인에 대한 특검을 불러온 ‘BBK사건’ 같은 대형 이슈는 없었다. ‘불법선거운동 적발’과 같은 소형 암초만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작은 의혹이나 구설수라도 한건 한건이 박근혜-문재인 양 대선후보의 가슴을 내려앉게 했다. 그만큼 이번 대선은 초박빙이었고 민심의 향방은 알 수 없었다.
매번 대선이나 총선 때마다 불던 북풍은 이번에도 불었다. 지난 12일 북한은 장거리 로켓 ‘은하 3호’ 발사에 성공했다. 북풍은 그동안 보수층을 결집시켜 왔다. 안보이슈가 대선정국 전면으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삽시간에 국제사회와 북한의 관계가 경직되면서 그럴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북풍’은 오래가지 못했다. ‘대북 정보 부재’ 등이 오히려 문 후보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덤으로 ‘나로호 발사 실패’와 함께 ‘과학기술 낙후’라는 현 정부의 책임론까지 대두됐다.
‘은하 3호’보다 하루 앞선 지난 11일에는 국정원 직원의 문 후보 비방 댓글 의혹이 터졌다. 민주통합당은 이날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국정원 직원 김모씨(28·여)를 경찰에 고발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즉시 김씨의 집을 찾아갔으나 아무런 증거물도 확보하지 못했다.
이틀 뒤 김씨가 자신의 컴퓨터와 노트북을 경찰에 임의제출했다. 같은 날 김씨는 민주당 관계자들을 감금, 주거침입 등 혐의로 고소했다. 새누리당도 민주당측을 이날 고발했다. 경찰은 자료 분석에 적어도 일주일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은 마지막 대선 TV토론에서 집중적인 공방의 대상이 됐다. 박 후보는 민주당이 김씨를 감금했다며 인권 변호사로서 입장이 뭐냐고 물었고, 문 후보는 조사 중인 사건에 대한 개입이라고 맞받았다.
TV토론 직후 경찰은 이례적으로 심야에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김씨 증거물에서 비방댓글을 단 흔적을 못 찾았다고 했다. 문 후보측에서는 결정적인 역풍을 맞을 위기였다. ‘아니면 말고’식의 선거전 구태가 재연되는 것으로 유권자들에게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 뒤 상황이 묘하게 돌아갔다. 경찰은 "조사 결과 댓글 흔적이 없다는 것은 김씨가 임의 제출한 데스크탑 컴퓨터와 노트북을 분석한 결과"라며 "스마트폰이나 다른 컴퓨터를 통한 댓글 가능성은 남아있다"는 이도저도 아닌 말을 했다. 결국 대선의 향배를 가르는 변수라기 보다는 또 다른 정쟁과 네거티브의 빌미가 됐다.
그 뒤로도 여러 사건이 변수로 떠올랐다. 서울시 선관위가 ‘새누리당 연루 SNS팀 불법선거운동’을 적발해 지난 13일 검찰에 고발했으며, 17일에는 국정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과 관련된 자료를 검찰에 제출했다.
막바지 변수로 떠올랐던 국정원 NLL 제출을 두고 박 후보측은 문 후보의 안보관을 집중 공격했으며, 문 후보는 무엇이 제출됐든 자신있다고 응수했다. 국정원과 검찰은 입을 꾹 다물었다.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대선 직전 발생한 사건들에 대해 별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각 사건의 폭발력이 크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이미 진보-보수가 그만큼 공고하게 결집을 끝냈기 때문이다. 막판 향배를 가를 40대의 표심에도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 전반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투표 당일 가장 큰 변수가 남아있었다. 한파였다. 서울지역을 기준으로 최저 영하 10도의 한파가 밀려왔다. 날씨가 추울수록 관건인 투표율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동장군’의 맹위도 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19일 오후 5시 현재 기준으로 부재자투표 수를 합산한 전국 투표율은 70.1%로 2000년대 들어 최고의 대선 투표율 갱신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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