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 '잘 살아보세'의 신화를 만들어 국민 모두가 먹고사는 것 걱정하지 않고 청년들이 즐겁게 출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제18대 대통령 당선 직후 한 말이다. 맞는 말이다. 핵심도 잘 파악한 듯하다. 일단 큰 틀에서는.
하지만 박 당선인 앞에 놓은 우리 경제현실은 그리 간단치 않다. 대외는 물론 국내 상황도 상당히 버겁다. 박 당선인 임기인 5년 동안 경제가 본궤도로 회복할 수 있을 지조차 장담하기 힘들 정도다.
우선 대외상황은 좀처럼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유로존 재정위기는 이제 언제 꺼질지 모르는 불씨가 돼가고 있다. 그리스와 스페인. 웬만한 재정긴축으로는 사실상 회복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G2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도 경제사정이 심상치 않다. 회복시기를 언급하기 부담스럽다. 총선에서 자민당이 압승한 일본도 아베 신조 총재의 ‘엔저공세’로 환율전쟁의 시동을 걸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출 전선 사방으로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특히 지난 3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1% 성장에 그쳤다. 금융위기 수준이다.
국내사정도 암울하긴 마찬가지다. 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기업들이 긴축경영과 함께 신규 고용을 축소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금융권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였던 가계부채. 이미 10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수출 감소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자금난도 더욱 악화되면서 소비도 상당히 위축됐다. 청년층 일자리 만들기도 시급하다. 스펙을 쌓기 위해 대학 졸업을 연기하거나, 학원을 다니는 대학생들도 부지기수다. 마치 스펙이 취업의 전부가 된 듯 한 분위기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2%를 점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쯤 되면 국민들이 왜 박 당선인을 선택했는지 이유는 명확해진다. ‘성장’이다. 성장 엔진을 찾지 못하고 식어가고 있는 경제를 우선 활성화시켜 달라는 국민들의 염원이다.
단순히 잘살아 보자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박 당선인의 공약은 큰 줄기가 빠졌다. 성장률 등 거시경제 운용방향을 내놓지 못했다. 목표를 제시하지 않은 셈이다. 사수해야 할 고지를 정하지 않고 각개전투를 하잔 말인가.
성장이 절심함에도 박 당선인이 내세우고 있는 공약 중에는 성장과 충돌하는 부분도 있다.올바르게 정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회가 어쭙잖게 공감하게 되버린 ‘경제민주화’의 방향성도 다시 잡아야 한다.
지금의 경제민주화를 밀어붙인다면 일자리 창출은 불가능하다. 기업이 투자하지 않고, 일자리마저 없다면 성장, 아니 한국의 경제회복은 포기해야 한다.
현 상황에서 경제 성장은 다음 정권 대통령으로서의 가장 우선적이고도 기본적인 과업이다.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지만 공무원들이 실제 일하고, 움직이는 시간은 3년에 불과하다.
집권 첫 해는 눈치 보며 분위기 파악, 마지막 해는 레임덕으로 말을 듣지 않는다.
아쉽겠지만 이제 대통령 당선 축배는 그만하면 됐다. 박 당선인은 지금 당장 거시경제 운용방향과 함께 투자-일자리 확대-내수활성화-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구체적인 플랜을 짜야 할 것이다. 스스로 말한 민생대통령에 대한 약속을 지킬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말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이승국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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