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본격적으로 업무에 돌입한 가운데 헌법재판소장에 이어 차기 검찰총장을 이명박 대통령이 임명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더욱이 후보추천위원회 구성과 차기 검찰총장 임명 건을 사전에 박근혜 당선자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사실상 협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의 폭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대검찰청 정문 앞 조형물 '서있는 눈'
법무부는 7일 정성진 전 법무부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후보추천위원회 위원 9명을 발표하고 내일부터 일주일간 후보추천을 받는다고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에 따르면, 후보 천거기간과 검증기간을 고려하면 1월 말쯤 추천위가 총장후보 3명 이상을 추천하고 이중 한 명을 권재진 법무부장관이 이 대통령에게 제청하게 된다. 이후 곧바로 이 대통령이 후보를 지명하면 20일 이내에 인사청문회를 거쳐 새 검찰총장이 임명된다. 산술적 기간으로는 이 대통령이 차기 검찰총장을 임명하고 퇴임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퇴임을 앞둔 이 대통령이 일종의 '안전장치'를 남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법무부 안팎에 따르면 추천위가 공식적으로 구성되기 시작한 것은 1월로 접어들면서 부터지만 구성을 위한 물밑 작업은 그 이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선이 끝난 직후 곧바로 차기 검찰총장 임명을 위한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이 대통령은 임기 중 '내곡동 사저부지 부당매입 의혹',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등 대형 권력형 비리 사건과 관련한 연루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또 최근에는 'BBK 사건'과 관련된 의혹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고 지난 4일에는 서울시의회가 이 대통령을 상대로 지하철 9호선 사업승인 과정에서 배임혐의가 드러났다며 퇴임 후 이 대통령을 고발할 뜻을 밝혔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8월에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투기자본감시센터가 투자회사 맥쿼리인프라가 대주주인 서울시메트로9호선 주식회사에 특혜를 준 혐의로 이 대통령과 서울시 책임자 3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법무부의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 사실에 대해 인수위도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선규 대변인은 추천위 구성이 발표된 직후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새정부 출범시기에 검찰총장이 임명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추천위원회는 개정된 검찰청 법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고 절차가 진행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2개월로 새정부 출범 시기에 검찰총장이 임명될 것이며 협조가 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당선자가 차기 검찰총장을 임명하더라도 이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를 박 당선자가 형식적으로 임명하게 되는 셈이다.
박 당선자가 공식적으로 취임하기 전까지 검찰총장의 임면권은 이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천거를 받아 추천위를 거쳐 제청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 대통령의 입김이 직접 작용한다고는 보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고위 검찰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제청을 누가하느냐가 문제"라며 "제청자가 지금까지 이 대통령과 함께 해 온 권재진 장관임을 상기해본다면 사실상 의중이 반영될 것으로 보는 것이 더 상식적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검찰개혁'을 강하게 주장해 온 박 당선자의 새 정부에 전 정부에서 지명한 검찰총장이 들어온다는 것은 자칫 박 당선자의 개혁의지에 대한 기대를 반감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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