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이 긴장하고 있다. 얼마전까지 상사로 모시던 사람이 새 정부의 정책 밑그림을 그리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인수위원이 돼 자리를 잡았지만 팔이 안으로 굽을 것이라는 기대감보다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18대 인수위 경제1분과위원회 간사로 발탁된 류성걸 의원 이야기다.
류 간사는 지난해 2월까지 기획재정부 제2차관으로 근무했던 정통 경제관료출신이다. 집권 후기 개각에서 장관급으로 거론되긴 했었지만 매번 발탁에 실패하자 차관급에서 공직을 마감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았다.
◇차관 출신 기획재정위원 "아는 사람이 더해"
그런 그가 퇴임 직후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옷을 입고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그것도 비례대표가 아닌 대구 동구갑 지역구에서 당당히 국회에 입성했다. 그리고 초선임에도 곧바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배정됐다.
기획재정위원회는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한국은행과 국세청 등 핵심경제부처를 감시하는 상임위원회다.
박근혜 당선자의 오랜 정치기반인 대구에서 금배지를 단 그의 보이지 않는 능력이 발휘된 셈이다.
류 차관이 류 의원이 되어 치른 지난해 첫번째 국정감사에서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은 기대와 긴장을 공유했다.
가장 최근의 내부사정을 어떤 의원들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 감사위원의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류 의원은 예산통 답게 정부의 재정관리와 예산업무에 대한 날카로운 질의로 부처 공무원들을 적잖이 난처하게 했다. 부처 공무원들 사이에선 "아는 사람이 더하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런 그가 기획재정부에 한발짝 더 다가왔다.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인 류 의원은 오는 13일 기획재정부의 부처 업무보고를 직접 지휘한다.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이 결정될 수 있는 중요한 만남이다.
◇`깐깐·꼼꼼`..기대반 걱정반
특히 기획예산처에서부터 공직생활을 시작해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실장과 예산담당인 제2차관을 지낸 류 의원이 어떤 깐깐한 주문을 하게 될지 두려움이 적지 않다.
류 의원은 재정부 재임시절 누구보다 깐깐한 일처리로 유명했다. 그의 밑에서 일했던 한 간부는 "류 의원은 수첩을 들고다니면서 작은것까지 메모하고, 보고받을 때도 디테일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파고드는 성격이었다"면서 "단순한 자료도 보고시간이 5시간이 걸릴 때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번 인수위가 부처 업무보고의 중요 지침중 하나로 예산절감계획을 꼽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미 국회에서 감액심사를 거쳐 최대한 허리띠를 졸라맨 예산안에서 더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산하기관도 마땅한 게 없어 부처예산절감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아울러 내년에 있을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서도 류 의원이 전문가답게 적지 않은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류 의원이 예산처 출신이라는 점에서 향후 있을 부처 조직개편 때 기획재정부에서 예산 부문이 다시 떨어져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가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를 합쳐놨지만, 경제정책에서 예산권한까지 휘두르는 기획재정부의 부적절함에 대한 지적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박근혜 당선자가 부처 조직개편을 최소화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알고 있다"면서도 "조직이 어떻게 변화를 겪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기대반 걱정반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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