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직장에서 일하는 도중 전 부하직원에게 엽총으로 살해당한 근로자의 부모가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 달라'고 행정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진창수)는 최모씨 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등부지급 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이 사건은 직장 안의 인간관계 또는 직무에 통상 수반하는 위험이 현실화 돼 발생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최씨가 직장 내에서 근무시간 중 작업을 하다 사망하기는 했지만, 통상적으로 생산직 관리라는 최씨의 업무 자체에 직장동료나 부하직원으로부터 불만 또는 원한을 품게 하거나 그로 인한 제3자의 가해행위의 위험성이 내재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살해당한 최씨와 가해자인 성모씨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더라도 이 사고는 직장 안의 인간관계에 통상 수반되거나 예상할 수 있는 위험 범주에 포함되지 않고, 대인관계 등 사회적인 유대가 결핍돼 과대망상과 우울증 증상이 있던 성씨의 개인적인 정신질환의 악화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최씨의 업무와 사고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성씨가 회사를 퇴사한 지 3년이 지난 후에 갑자기 최씨의 행방을 탐문하고 사전에 범행도구를 준비한 뒤 망인을 향해 10여 차례 실탄을 발사해 범행을 실행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에 비춰볼 때, 성씨는 직장에서 근무하는 동안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분명하지는 않으나 최씨에 대해 개인적인 불만이나 앙심을 품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2월 회사 앞마당에서 직장 동료와 함께 제품 출하작업 중이던 최씨는 누군가로부터 엽총으로 수차례 총상을 당하고 그자리에서 사망했다. 알고보니 최씨에게 총을 쏜 이는 성씨로 약 3년 전 3개월간 최씨와 함께 같은 부서에서 근무했던 직장 후배였다.
엽총을 발사한 이후 도주했던 성씨는 검거 직전 미리 준비한 제초제를 마셨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경찰 조사결과 성씨는 '높은 사람으로부터 폭행과 무시를 당해 회사를 그만뒀다'는 취지로 아버지에게 말하고 회사를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씨는 사고가 일어나기 8개월 전에 포털사이트 이메일에 '직장 생활의 어려움' 등에 대한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후 최씨의 유족들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지급 신청을 했지만 '사망은 사적인 원한관계에 의한 것으로 업무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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