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더 이상 시장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통화정책을 운영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11일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이 총재는 “경기가 급속히 악화될 것이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는 금리를 몇 번씩 나눠 내리는 것이 좋지만은 않다”며 “이럴 때는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시장 변화를 보면서 금리 인하폭은 0.25%포인트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던 모습과 확연히 달라졌다.
이는 그 만큼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통화정책 방향’ 보고서에서 내수 부진이 심화되고 수출도 감소하면서 국내 경기가 빠르게 둔화되고 있고, 세계 경제 침체로 앞으로 성장도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총재도 모두발언에서 "국내 경기가 최근 두, 세달 동안 급격히 악화됐다"며 "상당 기간 성장률이 아주 낮을 것"이라고 말해 사태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최근 국제 투자은행과 경제 단체 중에서는 한국의 내년 경제 성장률을 마이너스라고 전망하는 곳이 나오고 있다.
한은도 내년 경제 전망을 금통위 뒤로 연기하면서, 전망 결과가 굉장히 나쁜 것이 아니냐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더 이상 대폭적인 추가 금리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내년에 추가적인 금리 인하의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며 금리 인하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대신 기준금리를 어디까지 더 내릴 수 있느냐는 질문에 “유동성 함정에 빠지지 않는 수준까지”라고 답변했다.
유동성 함정이란 기준금리가 너무 많이 떨어져서, 더 이상 경제가 기준금리 변화에 반응하지 않게 되는 현상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경제 여건에서 기준금리가 최소한 2.5% 이상은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는 통화 수축 비상사태의 경계선에 있다”며 “지금까지는 통상적인 통화정책을 해왔지만 우리가 비상사태에 돌입한다면 미국과 같은 비통상적인 정책을 구사할 수도 있다”며 필요하다면 지금보다 더 과감한 정책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발권력은 편리해 보이지만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이 지급하게 될 것”이라는 말을 해 비장감을 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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