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잘나가던 법조인 연이은 추락..왜?
객관적 검증 없는 '나홀로' 인사 한계
총리 후보, 법조인 또 다시 회자
2013-01-30 17:47:26 2013-01-30 17:49:39
[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소위 잘나가던 법조인들이 '추락'하고 있다.
 
'원로 법조인'으로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 인수위원장을 맡았던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75)는 후보 지명을 받은 지 5일 만인 지난 29일 전격 사퇴했다.
 
새 정부의 초대 총리 후보자가 자진 사퇴한 것은 헌정 사상 최초의 일이다. 소아마비를 딛고 수많은 '최초 신화'를 세웠던 김 후보자가 이번 낙마로 상당한 불명예를 떠안게 됐다.  
 
김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새 정부 출범 작업이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지난 29일 국무총리 후보에서 사퇴한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왼쪽)과 심사경과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이와 함께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62)도 자격 미달 논란과 함께 헌재의 위상을 무너뜨린다며 사퇴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후보자는 앞서 위장전입, 증여세 탈루, 가족동반 해외출장, 특정업무경비 사적 유용 등 공직자로서 각종 비난에 직면해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 후보자에 대해 '자격이 없다'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으며, 이 후보자가 결국 헌재 소장에 임명될 경우 헌재 조직 전체의 위상 추락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정작 인사청문회 이후 일주일이 넘도록 사퇴와 관련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김 후보자가 총리 지명 닷새만에 스스로 물러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우택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30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사실상 낙마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사퇴를 하지 않고 있는 이 후보자에 대해 "좀 빠른 시일 내에 본인께서 마음의 결정을 해주셔야 된다"며 즉각적 자진 사퇴를 압박했다.
 
◇객관적 검증 없는 '나홀로' 인사 한계
 
김 후보자가 결국 낙마한 것은 일차적으로 박근혜 당선자 측에서 검증을 소홀히 한 탓이 크다. 박 당선자으로서는 철통 보안을 중시하는 인사 스타일로 검증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치계에서는 박근혜 식 구태의연한 인사 검증 시스템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국민과의 소통도, 철저한 검증도 없이 이뤄진 밀실 인사의 한계라는 의견이 많았다.
 
민주통합당 등 야권은 김 후보자가 후보직을 사퇴한 것과 관련, 박 당선자에게는 인사 방식의 수정을 촉구했다.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새 정부의 총리는 책임, 변화, 소통 3대 책무를 지고 있다고 믿는다"며 "다음 총리 후보자는 국정을 통할할 수 있는 정책 역량은 물론 도덕적 하자가 없는 분이 지명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박 당선인의 인사방식에 대해 "'나홀로 집에서 수첩에 의존하는 인사'가 아니라 '시스템에 의한 검증 인사'로 인사 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본인의 소명절차와 철저한 탐문 조사 등을 통해 도덕적 결격 사유는 사전에 철저히 걸러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용진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첫 총리 후보자가 청문회도 거치지 못하고 사퇴한 것은 불행한 일"이라며 "깜깜인사, 불통인사, 나홀로 정치가 빚은 안타까운 비극"이라고 밝혔다.
 
◇법조인, 또 다시 유력한 후보로 회자
 
김 후보자가 전격 사퇴함에 따라 박 당선자의 총리 인선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럼에도 총리 인선 과정에서 또 다시 법조인들이 유력한 후보로 회자되고 있다.
 
박 당선자 자신이 법치와 사회 안전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뒷받침할 인사로 법조인들을 선호하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법조인이 약진하고 있는 이유도 대부분 도덕성이나 능력 면에서 검증이 됐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법조인들의 약진은 박 당선자의 선거전 때부터 돋보였다.
 
새 국무총리 후보 자리를 두고 물망에 오른 인사들 중에는 법조인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김능환·김영란·안대희·조무제 전 대법관과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이강국 전 헌재소장·김승규 전 국정원장 등이다. 이들 중 새 정부에서 중용될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는 것이 인수위 측 관계자의 말이다.
 
아울러 이동흡 후보자의 사퇴를 예상해 정치권 내에선 후임에 대한 하마평이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우선 지난 인선 때 이 후보자와 함께 추천됐던 목영준·민형기 전 헌법재판관 등이 차기 헌재소장 후보자에도 거론되고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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