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지난 1년 간 치열하게 법정공방을 이어온
SK(003600) 그룹 총수 일가의 1심 선고공판이 31일 열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원범)는 이날 오후 2시 417호 법정에서 최 회장 등에 대한 선고공판을 진행한다. 최근 양형기준이 강화돼 기업 형사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더욱 엄격해진 만큼, 검찰의 공소사실이 받아들여지면 실형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된 최태원 SK그룹 회장
또 계열사 임원들에게 매년 성과급(IB)을 과다 지급해 돌려받는 방식으로 2005~2010년 비자금 139억5000만원을 조성해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도 포함됐다.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은 이 자금을 선물옵션 투자를 위해 김준홍 베넥스 대표를 통해 국외 체류 중인 김원홍씨에게 송금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검찰은 최 회장과 최 부회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 등 혐의를 적용해 징역 4년, 징역 5년을 각각 구형했다. 1년 간 치열했던 SK재판을 돌아본다.
◇하루종일 '집중심리'..열달간 무려 36회 공판기일 열려
회삿돈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SK그룹 총수 일가의 재판은 지난 2월1일부터 세 차례의 공판준비기일을 거쳐, 3월부터 일주일에 한 차례씩 집중심리를 통해 진행됐다.
지난해 11월 22일 열리는 결심공판까지 더하면 1년간 무려 36회이 공판 기일이 열린 셈이다. 특히 최 회장 등 4명에 대한 피고인 신문만 3일에 걸쳐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검찰과 변호인의 강도높은 신문 탓에 최 회장 형제의 사건을 맡은 최 회장 등의 재판은 오후 9시를 넘겨 끝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번 재판에서는 최 회장이 '베넥스인베스트먼트로 SK그룹 계열사의 자금이 흘러들어가는 과정과 저축은행 대출금 횡령에 개입했는지 여부', '계열사 임원들에게 과다 지급된 상여금(IB)을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조성된 비자금 인식 여부'로 쟁점이 좁혀졌다.
그동안 검찰은 베넥스의 펀드 조성을 투자를 가장한 최 회장의 횡령이라고 주장했지만, 변호인 측은 '정상적인 투자'라고 맞서, 법정에서 수 차례 날선 공방이 이어지기도 했다.
◇피고인·증인 진술 잇따라 번복
최 회장 형제의 재판은 피고인 및 증인들의 진술이 거듭 번복되면서 난항을 겪었다.
특히 재판 도중 함께 기소된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최 회장의 관여나 개입을 부정하는 등 검찰에서의 진술을 뒤집었기 때문에 법원이 이를 어떻게 판단할지 주목된다.
앞서 베넥스 전 대표인 서모씨는 앞서 검찰수사과정에서 "최 회장이 지시했는지는 잘 모른다"고 밝혔으나, 법정에서는 "지난 2008년 10월29일 첫 선지급금이 들어오기 전(10월27일) 최 회장의 선지급에 대한 컨펌(지시)이 있었다"고 기존 진술을 뒤집은 바 있다.
김준홍 베넥스 대표는 증인으로 출석해 "최 회장이 베넥스 펀드에 500억원을 투자하도록 계열사에 말해 돕겠다고 들었다는 작년 12월 진술은 사실이 아니다"고 진술했다.
김 대표는 이어 "2008년 10월 말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의 요청으로 이자를 받고 자금을 대여한 것일 뿐"이라며 "최 회장으로부터 펀드출자와 자금 선지급을 지시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이 선처해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궁박한 처지를 모면하려고 허위로 진술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SK텔레콤 상무 출신인 김 대표는 공모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최재원 부회장 역시 피고인 심문 과정에서 "김씨에게 보낸 펀드자금 450억원에 대해 모른다는 당초 검찰 진술은 사실이 아니다"며 "김씨의 투자제의를 받고 베넥스 김 대표를 통해 450억원을 송금했다"고 진술했다.
최 부회장은 "김 대표가 구속되자 공황장애에 빠질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며 "이후 최 회장에게 사실대로 말하고, 두 번째 검찰 조사에서 진술을 바로잡은 것"이라고 진술번복 경위에 대해 설명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검찰이 최 회장을 소환한 다음부터 김 대표와 최 부회장은 진술을 바꿨다"며 서로 말맞추기 한 것 아니냐며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SK그룹 재판에 법정 '북적'..대법정으로 옮겨
첫 공판준비기일부터 취재진, SK측 관계자, 방청객 등이 몰리면서 법정은 북적거렸다.
공판 초반에는 객석의 절반가량이 대부분 SK계열사 임직원 및 임원들이 채웠졌으며, 법정 복도에도 SK홍보팀 직원 및 SK계열사 임원들과 경호원들이 차지하면서 방청객들의 불만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들은 최 회장을 완전히 에워싼 채 취재진들과 항의 단체들의 접근을 차단하기도 했다. SK임직원들은 마치 회장의 방패막이 역할을 한 삼엄한 '회장 경호'를 펼친 것이다.
매번 최 회장이 청사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도중에는 SK임직원과 경호원들이 최 회장의 동선에 맞춰 주변사람들의 접근을 과도하게 차단하면서, 취재진 및 항의단체들과 뒤엉켜 큰 혼잡을 이뤘다.
이후 재판부는 취재와 방청객 등을 고려해 법정을 소법정에서 형사대법정으로 바꿨다.
◇법정서 목발짚던 최재원, 자전거 사고로 입건
재판을 받던 중 보석으로 풀려난 최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6월 자전거 사고를 내 서울 방배경찰서에 불구속 입건됐다.
최 부회장은 당시 서울 한남대교 남단 밑 자전거 전용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앞서 달리던 A씨를 들이받아 광대뼈 등에 전치 4주의 상해를 입혀 입건됐다.
앞서 최 수석부회장이 지난 5월15일 '류머티스관절염'을 사유로 보석신청을 제기했다. 실제로 그 무렵부터 최 부회장은 목발을 짚고 법정에 출석해왔다.
그러나 최 부회장이 보석 6일 만에 자전거를 타다 사고를 내자 법원 측은 "건강상 이유로 보석 신청이 들어온 것도, 허가가 난 것도 아니다"면서도 "검찰 측 증인들에 대한 조사가 종료된 데다 증거인멸 우려도 없어 보석을 허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 선고 돌연 연기
지난해 12월28일로 예정됐던 최 회장 등에 대한 선고공판이 31일로 돌연 연기됐다.
재판부 관계자는 "이 사건 증거기록이 방대하고 변론 종결 이후에도 검찰과 변호인 측으로부터 모두 25개의 의견서와 참고자료가 추가로 제출됐다"며 "관련 쟁점과 기록을 추가로 검토할 필요가 있어 선고기일을 연기한다"고 선고 연기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 측은 앞서 지난달 22일 결심공판 이후 이날까지 수차례에 걸쳐 의견서를 제출했으며, SK 변호인단도 답변서 및 참고자료를 제출했다. 이는 재판에서 패소할 경우 검찰이 느낄 심적 부담이 만만찮아 추가 자료 제출이 잇따랐고 이 때문에 변호인 측도 반박서류를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도 나왔다.
양측이 추가로 많은 자료를 제출하면서 선고공판이 한 달여 연기된 것. 결국 최 회장 형제에 대한 선고는 지난 2월1일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린지 약 1년여만에 내려졌다.
또 최 회장에게 예상보다 낮은 형량인 징역 4년을 구형받자 '봐주기 구형'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평소 최태원 회장과 테니스를 함께 칠 정도로 절친한 사이인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법정형보다 낮은 최저 형량을 구형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비판이 일기도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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