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양적완화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과 경기회복 자신감에 힘입어 미국 증시 랠리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다우지수는 5년여 만에 1만4000선을 돌파하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S&P500지수 역시 지난해 13% 오른 데 이어 올 1월에만 6%넘게 상승했다.
월가에서는 이 같은 랠리가 지속될 것이란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지만 지나친 낙관은 경계해야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랠리 원동력, 자금 채권->주식으로 대이동
3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다우지수는 지난 1일 149.21포인트, 1.08%오른 1만5009.79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2007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1만4000선을 넘은 것이다. S&P500지수도 15.06포인트, 1.01% 오른 1513.17를 기록했으며 사상 최고치까지 불과 3% 도 남지 않았다.
이 같은 랠리는 지표와 실적 개선도 있지만 양적완화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 영향이 컸다. 특히, 최근 글로벌 자금이 채권에서 주식자금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그레이트로테이션' 흐름이 랠리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펀드 시장조사회사인 리퍼(Lipper)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주식형 뮤추얼펀드 및 상장지수펀드(ETF)에 342억달러가 유입됐다. 월별 유입액으로는 1996년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25억달러 자금이 유출된 것과 대조를 이룬다.
물론 연초 효과 등을 고려하면 1월 자금 유입이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2006년과 2011년에도 1월 동안 미국 주식형 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239억달러, 286억달러였다.2006년에는 S&P500지수가 13% 올랐지만 2011년에는 제자리 걸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채권시장에서의 자금 이탈을 고려할 때 단순히 이벤트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사상 최저치를 경신한 미국 국채 수익률은 1일 2.017%로 지난해 4월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그 만큼 국채가격이 떨어진 것이다.
투자기관협회(ICI)도 보고서를 통해 "최근 10여년 동안 세 번째의 증시자금 쏠림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0년 기술주 장세와 2006년 대세 상승기와 비슷한 호황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는 얘기다.
존 플래빈 푸르덴셜 인터내셔널 애널리스트는 "기업실적 개선과 강력한 양적완화 등에 힘입어 당분간은 글로벌 증시의 동시 호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금·어닝·지표 '호조'..삼박자 갖춰
주식시장으로 돈이 몰리는 것은 미국 재정절벽, 유럽 재정위기 등 그동안 시장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하던 악재들이 부분적으로나마 해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용을 비롯한 미국 경제지표의 개선과 기업 실적호조 등 경기를 낙관하게끔 하는 소식들이 풍부해지고 있다.
지난달 비농업 분야에서 새로 창출된 일자리 수가 15만7,000개로 전문가들이 예상한 15만5000개를 웃돌았다. 1월 미 소비자심리지수도 전월(72.9)보다 높은 73.8포인트를 기록, 개선세를 지속했다.
기업들의 실적도 예상을 웃돌면서 자신감을 회복한 모습이다. 리서치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1일까지 S&P500지수 편입 기업들의 절반 정도가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이들 기업의 이익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평균 2.6% 늘었다.
제리 해리스 버밍엄 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정학적·정치적 악재들이 대부분 사라지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고객들에게 주식에 투자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속도 가팔라..경계·우려 만만치 않아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
증시 랠리 속도가 빨라질수록 이를 우려하고 경계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레이트로테이션'이 증시를 사상최고치까지 끌어올릴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연초 이후 상승하는 1월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일각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수하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무조건 좋게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잭 보글 뱅가드릐 최고경영자(CEO)도 경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뮤추얼펀드 투자자들이 집중적으로 주식을 매수할 때는 시장에 부정적인 신호가 될 때가 많았다"며 우려했다.
토마스리 JP모건 체이스 수석 미국 스트래티지스트도 “개인투자자들의 심리지수를 보면 매도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변동성 지수가 지나치게 낮다는 점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변동성지수(VIX)지수는 12.9로 지난 2007년 4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해 10월에도 VIX지수는 15 아래로 내려가는 동안 S&P500지수는 15퍼센트 올랐지만 그 다음달에는 7.4% 하락했다.
1년 내내 VIX지수가 15 수준에 머물러 있었던 2007년에도 S&P500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이후 2009년 3월까지 지수는 무려 57% 추락했다.
비네이 챈고디아 PGI 자산매니저는”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지표들이 개선되고는 있지만 만일 후퇴하는 조짐이 뚜렷해진다면 시장은 이에 맞춰 조정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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