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올해는 주요 제수용품을 중심으로 신선식품 등 가격이 해도해도 너무 올랐다. 마트에서 대폭 할인하는 물건 외에는 살 엄두가 나지 않는다. 설이 일주일도 안남았는데 지갑 열기가 겁난다."(잠실동, 50대 주부)
#"설을 앞두고 돈 쓸데는 많은데 돈 나올 곳은 없다. 여기에 물가까지 높으니 살림살이가 더 빠듯하다. 그래서 올해는 부모님께 죄송하지만 부모님 드릴 용돈을 조금 줄이려고 한다. 얇은 지갑 사정에 설 명절을 제대로 느낄 수가 있겠나."(경기 성남시, 30대 직장인)
연중 최대 대목인 설 명절이 일주일도 채 안 남았지만 설을 맞이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도 무겁다. 경기침체로 지갑이 얇아진데다 물가까지 큰 폭으로 올라 장보기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4일 통계청의 '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장바구니 물가인 채소·과실 등의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9.3%, 전달보다 6.1%나 올랐다.
농산물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8.7%, 전달보다 5.6% 상승했다. 특히 배추(26.0%), 피망(45.3%), 당근(44.7%), 오이(23.3%), 풋고추(19.0%) 등이 전달보다 크게 뛰었다.
안형준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지난해 8월 말부터 3차례의 태풍으로 채소와 과일류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이번에는 잦은 폭설과 한파의 영향으로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실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가락시장에서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1일 애호박, 배, 감귬, 곶감 등 설 차례상에 오르는 농산물 도매가격은 일주일 새 20~40%나 올랐다.
차례상에 필수품인 곶감은 국산 2㎏ 한 상자 특등급이 일주일 사이 1만9818원에서 2만8747원으로 45.1%나 급등했다.
또 오이는 취청오이 상등급 50개 가격이 4만5782원으로 한주 사이 41.5% 올랐으며 깻잎은 상등급 100속이 1만9513원에서 2만8324원으로 44.7%나 뛰었다.
주요 제수용품 중 하나인 배는 이미 가격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또 추가로 값이 올랐다. 상등급 15㎏ 배 한 상자는 일주일 전 5만5015원에서 한주 사이 6만5249원으로 올라 18.6% 추가 상승했다.
이처럼 설을 앞두고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르니 차례상 차림 비용(전통시장 기준)도 전년보다 3~6%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물가협회은 올해 차례상을 차리는데 드는 비용이 지난해보다 3.8% 증가한 19만4950원이 들 것으로 내다봤고,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aT)는 지난해보다 6.5% 늘어난 20만8084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직장인들 역시 올해 늘어난 설 비용 때문에 어깨가 무겁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에이치알'이 직장인 1573명을 대상으로 '설 연휴 지출 예산'에 대해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올해 설 지출 예산이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늘어난 수준'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27%에 달했다.
반면에 '줄어든 수준'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9.1%에 불과해 설 지출 예산이 늘어났다고 응답한 비율이 3배 가량 더 많았다. 또 설 지출에 대해 약 66.9%가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 이모씨(29·여)는 "결혼한 지 2개월 가량 됐는데 시댁과 보내는 첫 명절을 앞두고 걱정이 많다"며 "얇은 지갑에 설 물가가 많이 올라 지출도 만만치 않은데 시부모님 용돈도 드려야 하니 경제적으로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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