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황교안 법무부장관 후보자(56·사법연수원 13기)가 이르면 이번 주 내에 장관으로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장기 공백상태를 맞았던 검찰총장 제청과 검찰개혁안 실행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4일 황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했으며, 오늘 오후 본회의 보고를 마쳤다. 보고서는 강창희 국회의장의 결재를 거쳐 오늘 중으로 청와대로 이송될 예정이다.
◇인사청문회 중인 황교안 법무부장관 후보자
임면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장관 임명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새정부 내각의 구성이 시급한데다가 검찰총장 공백기간이 100일에 육박하고 있어 박 대통으로서도 법무부장관의 임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황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된 뒤 첫 과제는 검찰총장 임명이다. 검찰총장추천위원회는 지난달 7일 김진태 대검찰청 차장검사(61·14기)와 채동욱 서울고검장(54·14기) 소병철 대구고검장(55·15기)을 추천했다.
황 후보자에 대한 임명이 늦어지면서 총장 제청을 두고 그동안 여러 소문이 난무했다. 일각에서는 새 정부에서 다시 추천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황 후보자는 지난 28일 인사청문회에서 "검찰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의 추천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추천된 3인 중 한명을 제청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미 추천된 검찰총장 후보자 3인 가운데 황 후보자와 직접적인 인연이 있는 사람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황 후보자는 서울출신으로 경기고와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했다. 김 차장은 경남사천 출신이며 진주고와 서울대를 나왔다. 채 고검장 역시 서울출신이긴 하지만 세종고와 서울대를 나와 황 후보자와는 직접 연고가 없다. 소 고검장도 전남 순천 출신으로 광주제일고와 서울대를 나왔다.
검찰 경력으로 따져 봐도 황 후보자와 이들 3명은 거리가 있다. 김 차장만이 1992년과 2000년 황 후보자와 같은 청에 근무했을 뿐이다. 1992년 황 후보자와 김 차장 모두 서울지검 검사로 근무했으며 13년 전 황 후보자는 대검 공안 3과장, 김 차장은 대검 환경보건과장으로 대검에서 재직했다. 황 후보자와 나머지 2명의 후보자는 같이 근무한 적이 없다.
◇검찰총장 후보군. 왼쪽부터 김진태 대검 차장검사, 소병철 대구고검장, 채동욱 서울고검장.
3명의 검찰총장 후보자는 나름대로의 장점을 가지고 있어 황 후보자로서도 누구를 제청할 것인지 선택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차장은 한상대 전 총장 퇴임 이후 조직 갈등을 빠르게 봉합하고 안정적으로 이끌어왔다는 장점이 있다. 채 고검장 역시 검찰 위기 때마다 나서 해결에 앞장서면서 후배 검사들로부터 신망이 두텁다. 소 고검장도 검찰조직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유리하다는 평가와 함께 호남출신이라는 점이 장점이다.
그러나 검찰총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검사장급 인사의 폭이 결정되기 때문에 망설일 시간이 없다. 또 인사청문회 기간까지 고려하면 황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되는 즉시 제청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검찰개혁과 관련해서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가 황 후보자의 우선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황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많은 논의를 거쳐 중수부를 폐지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결정된 것은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황 후보자는 중수부가 그동안 담당했던 부정부패의 단속과 처벌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덧붙이면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에둘러 내놨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중수부를 연내에 폐지하겠다고 못박은 만큼 이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내부 감찰기능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의 검찰개혁안에도 포함되어 있지만 황 후보자 스스로도 "아직 잔존하는 부정부패를 더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황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너는 뜨기 위해 속을 다 파내본 적이 있는가?"라는 시구(詩句)를 인용했다. 이 시구는 2011년 2월 그가 부산고검장 퇴임사 중 인용한 시구이다. 배를 띄우기 위해서는 먼저 속을 파내야 한다는 의미다.
새 정부 초대 법무부장관으로서, 검란의 상처가 깊은 검찰조직과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축을 두고 있는 '법과 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해 황 후보자가 얼마나 속을 비워낼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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