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국내에서 바람직한 인터넷 거버넌스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정부 주도형 모델에서 탈피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를 위해서는 NGO(비정부기구), 이용자 등 시민사회가 스스로 더 관심을 가지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민간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13일 서울 대학로 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제2회 국내 인터넷 거버넌스의 역사와 과제' 토론회에서 윤복남 한국인터넷거버넌스협의회 주소인프라분과 위원은 “2004년 인터넷주소자원관리법(이하 주소자원법)이 제정된 이후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 과정이 약해지고 민간 분야의 국제 인터넷 활동이 줄어드는 단점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인터넷 거버넌스란 좁게는 도메인, IP(Internet Protocol) 할당 등 인터넷 주소자원의 분배에 대한 운용 정책·의사결정 과정을, 넓게는 인터넷 운영 전반에 관한 정책의 의사결정 과정을 의미한다.
최근 인터넷 주소자원 배분 등을 둘러싸고 국제적 갈등이 높아지고,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 사이트의 접속을 차단하기 위한 IP 차단 규제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는 등 인터넷 거버넌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세미나는 우리나라의 인터넷 거버넌스의 역사를 살펴보고 바람직한 인터넷 거버넌스 형성을 위한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개최됐다.
국내 인터넷 거버넌스는 2004년 주소자원법 제정 이전까지는 민간이 주도해왔다. 지난 1986년 카이스트(KAIST)가 인터넷 거버넌스 업무를 담당한 이후 94년 한국전산원, 99년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로 차례로 이관됐다.
하지만 주소자원법이 마련된 이후 2004년 신설된 한국인터넷진흥원(NIDA)이 KRnic의 인터넷 주소자원 업무를 넘겨받아 운영해오다 2009년부터 정보통신부(현재 방송통신위원회) 산하의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관련 정책을 집행하고 있다.
윤복남 위원은 “인터넷 거버넌스 정책의 주도권이 정부로 넘어가면서 관리 책임성이 강화되고 국가 간 국제 활동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진 측면이 있다”면서도 “문제는 정부가 최종 의사를 결정하기 때문에 정책논의 과정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이 정책 결정에서는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위원은 “바람직한 인터넷 거버넌스 모델에 대한 컨센서스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민간의 참여 기회를 보장하고 밑에서부터 의견을 수렴해 나가는 '바텀-업(Bottom-Up)' 형태의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며 “국제 인터넷 주소 관리 기구(ICANN)의 멀티-스테이크홀더(Multi-stakeholder)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ICANN은 인터넷 도메인 네임 관리 시스템의 기술적 관리, IP 주소 공간 할당, 프로토콜 파라미터 지정, 경로 서버 시스템 관리 등 업무를 조정하는 비영리 민간기구로 인터넷의 비즈니스, 기술계, 학계 및 사용자 단체 등으로 구성된다.
윤 위원은 “민간 부문에서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활동에 참여해야 한다”며 “주소자원법을 개정해 민간 참여를 보장하고, 민간의 국제지원에 대한 장기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김도한 방통위 사무관은 “오픈, 바텀-업, 멀티-스테이크홀더 모델 도입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완전히 동의한다”며 “정부 역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들을 강구하고 있으며 향후 변화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이는데 소극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남희섭 오픈넷 상임이사는 “단순히 의사 결정 과정을 공개한다고 해서 ‘오픈’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민간의 의견이 실제 정책에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참석자는 “정부가 만든 민간 단체인 한국인터넷거버넌스협의회는 실효성이 없다”며 “정부가 의사소통의 통로를 정해놓지 말고 다양한 단체들을 파트너로 인정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질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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