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서승희·임애신기자] 우리 정부가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해 경제 부양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국내 증시도 상승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근 추경으로 대표되는 '아베 효과'로 인해 일본 증시가 1만2000선에 안착했다. 리먼 브러더스 쇼크 이전으로 회복한 것이다.
글로벌 증시의 랠리에도 불구하고 지지부진했던 국내 증시도 추경을 편성한다는 소식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추경 확실시.."규모·시기 조절 중..일자리 집중배정 예정"
올해 추경이 확실시 되고 있다. 규모와 시기를 결정하는 일만 남았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현재 추경 규모가 10조원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채 발행으로 추경이 편성된다면 청와대 협의와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바로 집행할 수 있다"면서도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추경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추경 편성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19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추경 편성은 거시 정책의 믹스 차원에서 검토돼야 한다"면서 "경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경 여부와 시기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현오석 후보자는 임명장을 받는대로 추경 편성을 검토하고 오는 26일 대통령 주재 긴급경제장관회의(가칭)에서 공식 보고할 예정이다. 추경 예산은 일자리와 민생 관련 사업에 집중 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추경 예산안 통과 이후 닛케이 '고공행진'
앞서 추경을 단행한 일본 증시는 1만2000시대에 돌입했다.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는 경기부양을 위해 10조엔 규모의 추경 예산을 편성했다. 이는 리먼 사태 직후인 2009년 제1차 추경예산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아울러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물가억제 목표를 2%로 상향 조정하도록 압박하는 등 적극적인 경기 부양에 나섰다.
이로 인해 일본 니케이255 지수는 추가 경정 예산안 통과 후 4거래일을 제외하고 상승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리먼 브러더스 쇼크 이전 수준인 2008년 9월12일에 기록했던 1만2214을 능가하며 지난 15일 1만2560.95선까지 오르며 1만2000선에 안착한 모습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다음달 통화정책회의에서 구로다 신임 총재가 조기 추가 부양책에 나설 것"이라면서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국 내수도 추경 '약발' 받을까?
이 때문에 국내에서 추경이 이뤄지면 증시가 화답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상반기에 60% 이상의 재정을 조기 집행하는 상황에서 2분기에 추경이 집행되면 2~3분기 내수 부양 효과가 집중될 수 있다"면서 "새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운용은 일본의 경기부양의지 따른 국내 시장에 대한 매력 저하 이슈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거래대금 감소 등으로 인해 증권업계 상황이 워낙 좋지 않은 가운데 추경은 단기적으로 증시에 단비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경제 부흥과 함께 증시도 호전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추경이 일자리 창출에 집중 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증권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 일자리주와 부동산 정책 기대감에 따른 건설주, 미래창조과학부 신설로 인해 방송·콘텐츠 관련주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곽병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경이 예산안에 편성되면 경기선행지수가 높아지면서 증시에 긍정적"일 것이라면서도 "아직은 추경예산 금액과 투입될 분야가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아 수혜주를 거론하기엔 이르다"라고 판단했다.
◇역대 추가경정 규모(자료=기획재정부)
이번에 추경 편성이 이뤄진다고 해도 처음은 아니다. 지난 1999년부터 꾸준히 이뤄졌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지난 2009년에는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28조4000억원 규모의 '슈퍼 추경'을 단행하기도 했다.
당시 3월을 기점으로 경기가 상승세로 전환하면서 국내 증시는 세계 주요 증시 중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9년 코스피지수는 전년에 비해 49.7% 상승했고 코스닥지수도 54.7% 올랐다.
그러나 이번 추경은 과거와 달리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경 중에서 실제로 정부의 세출 예산에 투입되는 비율이 얼마인지, 추경을 어떤 분야에 집행할지, 자금조달 방법 등에 따라 추경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일본은 인플레이션을 용인하는 상황에서 소비증가를 이끌어 경기를 부양하고 있지만 국내는 서민경제를 짓누르는 인플레이션을 방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추경이 편성돼도 키프로스, 미국 증시 조정, 실적시즌 도래 등 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해 국내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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