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어느 나라도 혼자서 경제, 안보, 환경을 지킬 수 없듯이 부처들도 어느 한 부처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아예 버려야 한다."(2월15일, 여성문화분과 국정과제토론회)
#"영역 다툼이나 떠넘기기 같은 잘못된 관행은 없어져야 하며 어떤 경우라도 부처 이기주의로 국정과제 추진이 지연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3월16일, 장·차관 국정과제토론회)
#"새 정부에서는 반드시 모든 부처가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부처간 칸막이 철폐를 통해 일관성과 효율성을 다졌으면 한다."(3월18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박근혜 대통령이 잇따라 정부 부처의 '부처 이기주의'와 '칸막이 행정'을 강하게 질타하고 나섰다. 임기 초, 정부 부처의 해묵은 구태인 부처 이기주의 개혁에 제동을 건 것이다.
20일 청와대와 정부 등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은 연일 부처 이기주의를 버릴 것을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융·복합 행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부처 이기주의를 비판했다. 취임 후에도 역시 각종 자리에서 부처간의 이기주의와 칸막이 행정을 질타했다.
정치권은 임기 초, 공직사회의 뿌리깊은 병폐를 바로 잡음으로써 관료사회를 장악,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하겠다는 의지가 포함된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실제 정부 부처의 이기주의와 칸막이 행정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지난 15일 전남 여수 대림산업 공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도 대표적인 '부처간 칸막이' 사례다.
여수국가산업단지의 석유화학공장을 규제하고 있는 관련법은 78개에 이른다. 관할 부처도 환경부, 노동부, 지경부, 행정안전부 등 여러 곳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현행 법 체계 역시 사고 원인에 따라 주부 부처가 정해지는 한계를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사고 발생시 책임을 회피하는 떠넘기기식 행정이 벌어지는 건 다반사다.
반면에 예산과 인력이 늘어나는 일이라면 남의 부처 업무라도 적극적으로 가져오려는 부처 이기주의도 만연하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 출범을 앞두고, 정보통신기술(ICT) 정책 업무를 놓고 방송통신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등 각 부처가 벌인 영역다툼이 대표적인 예다.
서로간의 영역 다툼은 결국 ICT 정책 업무가 미래부와 방통위, 산업통상자원부, 문화체육관광부, 안전행정부 등으로 갈기갈기 찢어졌고, 향후 혼선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를 두고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부처 이기주의나 철밥통 챙기기에 매몰돼 국가의 백년대계를 대비하기 위한 국익을 저버려서는 안된다"며 "근거 없는 '공룡부처설' 등으로 아직 탄생하지도 않은 미래부를 흔들려는 시도의 배후에 각 부처들이 있다면 국회 차원에서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부처 이기주의는 비단 현 정부에서 뿐만 아니라 과거 정부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지난 이명박 정부의 투자형 개방 병원, 일명 영리병원 도입 문제를 둘러싼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의 대립은 대표적 부처 이기주의로 회자되고 있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서비스산업 선진화라는 국정과제를 추진하기 위해 영리병원을 경제자유구역에 시범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했고,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공공의료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며 적극 반대했다.
결국 영리병원 도입은 3년 이상의 시간을 허비해 지난 2011년 10월 지식경제부가 외국인투자촉진법 시행령을 고쳐 경제자유구역 내에서만 외국인이 투자하는 병원을 설치토록 허용했다.
정부 관계자는 "부처 이기주의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어느 곳에서나 다 그러겠지만 영역 싸움은 곧 자기 밥그릇으로 연결되는 문제이기에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라고 말했다.
정부 다른 관계자는 "부처 이기주의의 저변에는 관할권에 대한 다툼이 깔려 있는 것인데 수평적인 관계에 있는 부처들이 어느 한 부처가 다른 부처를 평가하고 그러면 거부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이 간극을 메우기가 쉽지가 않다"고 토로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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