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공개변론, 사법사상 첫 중계방송
2013-03-21 16:53:51 2013-03-21 17:15:54
 
 
[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21일 대법원 대법정에 있은 공개변론이 대한민국 사법 사상 최초로 실시간으로 전국에 중계됐다. 대법원은 물론이고 각급 법원을 포함해 변론 과정이 방송전파를 탄 것은 초유의 일이다. 대법원은 이로써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향상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공판이 주목받은 이유는 첫 공개중계방송이란 의미뿐만은 아니었다. 국제 결혼과 이에 따른 이혼이 증가하는 가운데 이에 관련한 대법원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양승태 대법원장)는 이날 국외이송약취 혐의로 기소된 베트남 여성 A씨(26) 사건에 대한 심리를 진행했다.
 
A씨는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뒤 남편의 동의 없이 생후 13개월이 된 자녀를 데리고 모국으로 돌아가 아이를 친정에 맡긴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의 쟁점은 어린 자녀를 공동으로 양육하는 부모 중 한 사람이 상대 부모와 협의하거나 법원의 결정을 거치치 않고 자녀를 외국으로 보낸 것이 위법한지 여부였다.
 
즉, 일방적으로 자녀를 데리고 외국으로 출국한 행위를 미성년자 약취죄나 국외이송약취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검찰 측은 "자녀의 양육권은 법원의 판단에 따라 정해지는 것인데 이를 협의 없이 일방이 결정한다면 가족관계의 기초는 무너질 것"이라며 "부모 일방의 실력 행사로 미성년 자녀의 복리가 침해된 사례를 수용한다면 우리나라 가족법질서는 물론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도 흔들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변호인 측은 "어머니가 자녀를 유괴한다는 것, 즉 부모가 이 사건의 주체가 될 수 있나 여부를 따져야한다. 그러나 피고인은 당시 13개월된 자녀에게 위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또한 남편의 폭언 등으로 부부 갈등이 심화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아이를 친정으로 데려간 것"이라며 "피고인의 행위는 구속요건과 위법성, 책임여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변론했다.
 
이날 재판에는 사회 각층의 이해를 반영하기 위해 공개변론을 통해 참고인 진술을 들을 수 있다는 원칙에 따라 곽민희 숙명여대 법대 교수와 오영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검찰 측과 변호인 측 참고인으로 각각 참가했다.
 
검찰 측 참고인인 곽 교수는 "국제결혼에 따른 이혼이 증가하는 가운데 부모 일방이 자녀를 외국으로 데려가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민사적·행정적 수단이 있지만 실효가 없는 상황에서 형사적 수단을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증언했다.
 
변호인 측 참고인 오 교수는 검찰 측이 주장한 '피고인 남편의 부차적 이익인 자녀에 대한 보호권·감호권이 훼손됐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며 "부부가 이혼할 때 자녀의 양육권은 부모 한쪽으로 위임되기 때문에 이를 피고인 남편만의 이익이 침해 당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진술했다.
 
이에 재판부는 변호인 측에게 "가정에서 일어난 일에 사법부 개입 정도는 얼마만큼이 적당한가"라고 물었다.
 
변호인 측은 "물론 반인륜적인 가정내 범죄에 대해서는 사법부가 개입하는 게 옳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개입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가정사를 형법으로 처리하면 모든 사건이 형사화할 우려가 있고, 고소·고발이 증가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재판부는 검찰 측 참고인에게 "외국처럼 부모를 형사처벌 한다면 너무 가혹하지 않는가"라고 묻자, 곽 교수는 "양형과 처벌은 다른 문제다. 구속 요건에 해당하면 처벌은 하되, 양형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검찰 측은 최후 변론에서 "자녀를 향한 부모의 정을 어느 쪽이 더 크고 적다고 할 수 없다"며 "공개방송을 통해 공판을 중계하는 만큼 '대한민국은 법치 국가'라는 판결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변호인 측은 "이 사건은 법적인 문제를 따지기 보다는 사회적 관점에서 풀어야 한다"며 "이 사건 판결을 계기로 이주 외국인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은 이날 공개변론 전 과정을 생중계함으로써 재판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돕고 사법 절차가 보다 투명해져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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