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송구합니다. 죄송스럽습니다. 목숨 걸고 투자를 유치하겠습니다"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 주주들 앞에 머리를 깊이 숙였다. 지난해 총 7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연간 기준 5년 만에 적자전환했을 뿐만 아니라 무상감자를 결정하는 등 경영 상황 악화에 대한 사과의 표현이었다.
박병엽 부회장은 28일 경기도 김포 공장에서 열린 제 22기 정기주주총회에서 투자유치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본 감소 승인의 건을 상정하며 "송구스럽다"는 말을 거듭했다. 그는 "감자만 승인되면 내가 직접 나서서 1000억~2000억원의 자금을 유치하겠다"며 주주 설득에 나섰다.
박 부회장은 "현재 재무구조 상 연구개발 관련 투자 이 외에 영업에 필요한 마케팅 투자 등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어디든 찾아가 투자를 독려하고 설득해 유치해야 한다. 아직 투자처는 없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어떻게 해서든 돈을 구해오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감자 후 신규자금이 유치될 경우 주주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하는 의견도 나왔다.
주총 현장의 한 주주는 "채권자 입장에서는 피같은 돈"이라며 "외부에 아직 투자자도 없는데 뭘 믿고 승인을 해달라는거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이에 박 부회장은 일일이 주주들에게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며 재무구조 개선 및 주주가치 재고를 약속, 무상감자건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팬택은 28일 경기도 김포 공장에서 제22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무상감자건을 통과시켰다.
한편 이날 팬택은 정기주총 이후 이사회를 열어 이준우 사업총괄 부사장을 대표 이사로 추가 선임해 기존 박병엽 부회장과 각자 대표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박 부회장은 경영일선을 이준우 부사장에게 맡기고 외부 투자자금 유치와 중장기 경영 구상에 전력 투구할 계획이다.
실제 최근 휴대폰 시장에서 삼성전자, 애플의 양강체제가 굳어지며 브랜드 경쟁에서 입지가 약해진 팬택은 갈수록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박 부회장이 직접 발벗고 나서 '외부 수혈'에 집중하려는 것도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팬택 입장에서는 사실상 유일한 선택인 형편이다.
이번에 각자 대표로 선임된 이준우 부사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 포항공대 전자공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한 이후 지난 2001년 중앙연구소 연구실장, 2008년 중앙연구소장 및 기술전략본부장 등을 역임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향후 팬택은 이준우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문지욱 부사장(COO), 조준호 신규사업본부장 등으로 차세대 경영진을 갖춰 나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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