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신임 검찰총장 취임에 이어 검찰간부급 정기인사가 곧 단행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사의를 표명하는 고위급 간부들이 줄을 잇고 있어 이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7일 김진태 대검차장(62·사법연수원 14기)이 사의를 밝히고 다음달 3일 퇴임식을 가질 예정이며, 이보다 앞서 동기인 노환균 법무연수원장(56)이 일찌감치 사의를 표명했다. 또 최근에는 심재돈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46·24기)이 사퇴의사를 밝혀 주목을 끌었다.
현재까지 사의를 표명한 검찰간부들은 이들 셋뿐이지만 곧 정기인사 단행으로 검찰을 떠나 새로운 길에 들어설 인사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채동욱 서울고검장이 신임 총장으로 취임하게 되면 관례상 동기들인 14기들이 용퇴할 것으로 전망된다.
◇14기 6명 사퇴할 것으로 관측
현재 검찰에 남아 있는 14기는 김 차장과 노 연수원장을 포함해 총 7명이다. 김학의 전 법무차관도 14기였으나 최근 고위층 성접대 의혹에 휘말리면서 사퇴했다. 여기에 총장 후보자인 채동욱 전 서울고검장을 빼면 14기 중 6명이 사퇴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정부의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검사장급 4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보여 종전보다 많은 검찰간부들이 검찰을 떠날 것으로 법조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우선 고검이 있는 대전지검과 대구지검, 부산지검, 광주지검 1차장 자리가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예년 10여자리가 났던 검사장 자리가 절반수준으로 줄게 된다. 검사장 진급 대상자인 19기 27명이 이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이다.
고검장 승진대상인 16기에서의 승진 탈락자와 이미 고검장에 오른 15기 중 얼마나 용퇴를 할지도 관심이다.
법무부와 검찰은 이번 인사에 대한 폭을 가늠하기가 과거 어느 때보다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특히 검사장의 경우 정부의 축소방안 기준이 어느정도로 정해지느냐에 따라 폭이 조정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창 실력과 관록에 물이 오른 지검 부장급 검사들도 경제적 이유 등으로 인해 검찰을 떠나 개업할 인원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부장검사급 이상 고위 검찰간부들은 대형 법무법인(로펌)으로 자리를 옮기는 사례가 많았다. 고검장급 이상이면 고문이나 대표 변호사로, 지검장급 이하 부장급은 파트너 변호사로 영입되는 경우가 많았다.
비근한 예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퇴직한 검사 243명 중 63명이 로펌을 선택했다. 이 가운데 10명이 국내 최대로펌 김앤장으로 영입됐다.
그러나 이번 인사에서 나가게 되는 검찰간부들은 여느 때보다 로펌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김앤장 "영입계획 아직 결정된 바 없어"
한국 변호사 480명 규모의 김앤장의 경우 최근 몇해 전부터 고위급 검찰간부 영입을 줄이고 있다. 평균 1~2명 정도다. 김앤장 관계자는 "인사가 나는 것을 보고 경영상황을 판단해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법무법인(유) 태평양과 광장 역시 아직까지 영입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이 두 로펌도 부장검사 이상 검사장이나 고검장 등 고위 검찰간부들을 최근 영입하지 않는 추세다. 많아야 2~3명 정도다. 법무법인 율촌과 바른, 지평지성도 영입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물론 영입움직임이 감지되는 로펌들도 있다. 법무법인 세종의 경우 이번에 사퇴하는 검찰간부 영입을 추진 중이다. 화우는 지난해 11월 검사 성추문 사건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한 석동현 전 서울동부지검장(53·15기)을 영입했다. 석 전 지검장은 지난 27일부터 화우로 출근해 업무를 시작했다. 10위권의 모 로펌도 서울지역 현직 지검장 영입을 마무리 지은 상태다.
그러나 이들 로펌도 현재 영입을 마지막으로 추가 영입예정이 없거나 영입하더라도 1~2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대형로펌의 한 관계자는 "신입 변호사의 경우 10~20명 이상 채용계획을 잡을 수 있지만 거물급들은 다르다. 게다가 요즘은 송무가 많아 검찰보다는 법원 출신들 영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수요가 예전같지 않다는 말이다.
그러나 또 다른 대형로펌 관계자는 "검찰간부 영입이 줄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로펌 특성상 전통적으로 검찰인력이 많이 모이는 로펌에서는 이번에도 상당수 영입할 것으로 업계에서 소문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형사사건 수임과 검찰출신 인력이 많은 곳으로는 법무법인 원과 서정 등이 있다.
◇퇴임 검찰 고위급도 "로펌가면 공격받아"
한편, 사퇴를 앞두고 있는 검찰고위급 간부들도 로펌보다는 개인개업이나 소규모 로펌 개소, 학교, 공공기관 진출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예전에는 로펌으로 가는 것이 안정적이고 개인적으로도 자극도 됐지만 요즘은 득보다는 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전관예우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싸늘한데다가 공직으로 천거될 경우 일단 로펌 인사들은 집중적인 공격대상이 된다"며 "앞일은 모르는 것이므로 자기 관리를 위해서는 로펌으로 가지 않는 것이 오히려 득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고위 간부는 "전관예우 시비가 있어서라기 보다도 검찰에서도 본인의 경험을 사회로 환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먼저 나간 선배들도 공익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런 기류가 점차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검찰 고위간부급 정기인사는 이르면 4월초 쯤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여러 사정으로 시기가 많이 늦어진 탓에 3월 중 단행될 거란 전망도 있지만 법규상 검찰 인사는 총장과 협의하도록 되어 있어 이를 무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채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마치고 임명식을 거쳐 취임하는 즉시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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