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환기자] 최근 조석래
효성(004800) 회장의 두 아들이 앞다퉈 효성 지분을 매입하면서 후계구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석래 회장이 평소 "능력있는 자식에게 후계 자리를 물려주겠다"고 밝혔던 점을 고려하면 지분보다는 경영능력이 더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효성 관계자도 현재 주식 매입은 후계구도와 상관없는 저가 매수일 뿐이라며 후계구도와는 선을 그었다.
◇글로벌 스판덱스 1위 효성을 만든 조현준 사장
◇조현준 사장
2일 효성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외견상으로는 장남인 조현준 사장이 그룹 내에서 많은 직함을 가지고 있어 삼남인 조현상 부사장보다 한발 앞 선 것으로 파악된다. 조현준 사장은 섬유 부문 퍼포먼스 그룹(PG)장, 정보통신 PG장, 전략본부장 등 사업부 2개를 총괄하면서 본부장 자리도 겸하고 있다.
삼남인 조현상 부사장은 산업자재 PG장과 전략본부 임원을 맡고 있어 조 사장에 비해서는 그룹 내 비중은 적어 보인다.
하지만 글로벌 1위 제품들을 가지고 있는 섬유와 산업자재 부문을 두 아들이 각각 총괄하고 있어 직함만을 가지고 후계구도를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룹 내 여러 직함을 가지고 있는 조현준 사장이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섬유부문 PG장이다. 지난 2007년부터 섬유 부문 PG장을 맡은 조 사장은 그해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2010년엔 섬유 부문의 주요 제품인 스판덱스를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제품으로 만들었다.
조 사장은 미국 예일대와 일본 게이오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고, 일본 미쓰비시상사, 미국 모건스탠리 등을 거쳤다. 지난 1998년에 효성에 입사해 그룹 전력본부를 거쳐 현재 정보통신, 섬유 PG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섬유 부문 매출은 2조47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5.9%에 불과했지만, 영업이익은 1201억원으로 전체 사업부에서 가장 많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중공업 부문과, 산업자재 부문이 모두 적자를 기록했을 때도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전분기보다 12억원 늘어난 400억원을 기록하며 효성 그룹을 견인했다.
섬유 부문을 그룹의 확실한 캐시카우를 만든 조현준 사장은 경영능력을 충분히 인정 받아 능력 있는 자식에 충분히 부합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세계 1위 제품 3개 소유..산업자재 총괄 조현상 부사장
◇조현상 부사장
조현상 부사장은 현재 그룹에서 산업자재 PG장과 전략본부 임원을 맡고 있다. 조 부사장이 맡고 있는 산업자재 부문에는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제품이 3개나 있다. 타이어코드, 에어백용 원단, 안전벨트용 원사 등으로 산업자재 부문 역시 효성 그룹의 캐시카우 중 하나다.
조현상 부사장은 브라운대학교 경제학과를 나와 삼형제 중 유일하게 경제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한국에 돌아온 조 부사장은 지난 1996년 컨효설팅업체인 베인앤컴퍼니(Bain & Company)에 입사해 글로벌 업무 경험을 쌓았다.
그는 지난 2001년에 효성 그룹으로 입사해 지난 2007년 효성측 협상단 대표로 미국 굿이어와 32억달러 규모의 타이어코드 장기공급계약을 주도했다. 또 굿이어의 해외 타이어코드 공장 4군데를 인수하는데도 공을 세웠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2011년 산업자재 부문 PG장으로 올라섰다.
지난해 산업자재 부문은 2조411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9.1%를 담당했다. 영업이익도 섬유 부문 못지 않은 108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중공업 부문이 1719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지난해 산업자재와 섬유가 효성 그룹을 이끌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산업자재 부문은 타이어 코드 공급과잉 때문에 2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조 부사장이 이번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경영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음달 상업생산에 들어가는 탄소섬유를 어떻게 이끌어가느냐도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공석인 중공업 PG장이 '캐스팅 보트'
조현문 전 부사장이 내려 놓고 떠나 현재 공석인 중공업 PG장에 두 아들 중 한명이 임명된다면 그 사람이 후계구도에 유리한 지점을 차지할 확률이 상당히 높다.
효성의 주요 3개 제조업 부문 중 유일하게 공석으로 비어있는 자리고, 계속해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사업부를 맡아 흑자로 전환한다면 경영 능력을 입증하는 최고의 자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공업 PG장은 후계 구도에서 앞서 나갈수 있는 최적의 자리임엔 분명하지만, 적자인 사업부를 맡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독이 든 성배가 될 수도 있다.
지난 2월 공석이 된 중공업 PG장은 현재 1개월 넘게 공석이다. 앞으로 이 자리에 누가 이름을 새겨 넣느냐에 따라 효성 후계구도에 큰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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