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STX조선해양(067250)에 대한 채권금융기관의 자율협약 수용 가능성이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시장 참여자들은 ‘최악의 길은 피했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자율협약에 따른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예고돼 있어 앞으로 상당 기간 진통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STX그룹 주요 계열사의 회사채 만기도래액은 당장 오는 5월에 5000억원에 집중돼 있어 차환부담감이 확대되고 있다. 이는 올해 총 만기액 1조1000억원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변정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계열사 매각 등 보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진행될 전망”이라며 “문제는 유동성 확보다. 결국
STX팬오션(028670)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가 최선의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협약 체결과 함께 그룹 전체가 요주의로 분류되면 금융권의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증가한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계열사별 금융권 신용공여액(단위: 백만원)
현재 STX그룹의 차입금은 STX팬오션 4조3000억원, STX조선해양 4조6000억원,
STX엔진(077970) 1조1000억원 정도다.
STX(011810)의 차입금 2조8000억원이 더해지면 총 13조4000억원이다. 국내 금융권의 신용공여액은 선수금환급보증 등을 포함해 은행권 11조6000억원, 제2금융권 1조8000억원 등 총 13조4000억원이다.
이경록 NH농협증권 연구원은 “대출채권과 유가증권에만 충당금을 설정한다고 가정하고 적립률이 20%라면 은행권은 1조원, 제2금융권은 0.2조원을 적립해야 한다”며 “적립률이 50%라면 은행권은 2조6000억원, 제2금융권은 5000억원을 적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손익에 반영되는 대손비용은 설정된 적립률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채권단 회의에서 신규자금지원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신규자금지원이 합의되지 않을 경우 STX조선해양의 유동성 상황은 악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소매(리테일) 회사채 시장 기피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웅진 사태 이후 나타난 A등급 투자기피 현상이 저금리 상황과 맞물려 업황이 아직 회복되지 못한 기업의 회사채까지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경록 연구원은 “STX그룹 사태가 안정적 실적을 보이는 기업의 투자심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겠으나 업황이 부진한 기업의 회사채 투자심리 개선은 당분간 접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대손반영에 따른 실적악화와 향후 부실업종에서 발생 가능한 잠재 대손리스크 영향으로 은행채에 대한 투자심리 약화도 불가피하다는 게 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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