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취임직후 복지 공약 축소 논란을 빚은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민주화 공약도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민주화는 박 대통령의 핵심공약 가운데 하나지만 중소기업의 건강한 육성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보다는 대기업 중심의 MB노믹스로 회귀하는 모습이다.
지난 대선기간 박 대통령은 강력한 경제민주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공약집에는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고, 균등한 기회와 정당한 보상을 통해 대기업 중심의 경제의 틀을 중소기업, 소상공인과 소비자가 동반 발전하는 행복한 경제시스템으로 만들겠다’고 적혀 있다.
세부적으로는 ▲ 공정거래법 위반의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제•집단소송제 도입 ▲ 일감몰아주기 등 부당내부거래 금지규정 강화 ▲ 부당 내부거래 이익 환수 ▲ 대기업 신규 순환출자 금지 등을 약속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하도급거래 공정화법',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을 때만 해도 경제민주화 공약은 속도감 있게 추진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박 대통령 스스로 순탄했던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과정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지난 15일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 회의에서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과도한 대기업 때리기로 무리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며 경제민주화 법안 추진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위원 오찬 모임에서는 “대기업을 벌주는 식의 방향성은 경제민주화의 취지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국회에서 추진 중인 하도급거래법•공정거래법에서 규정하려는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등의 규제를 '톤다운'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의지가 약해졌다는 신호는 애초 인수위 때부터 나왔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박근혜 정부 5대 국정과제에서 ‘경제민주화’가 빠진 것이다. 경제민주화는 대신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의 하부 계획으로 위상이 쪼그라들었다.
박 대통령의 잇따른 제동으로 경제민주화 정책은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반면 인위적인 경기 부양 정책은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정부 출범 30여일 만인 지난달 28일 추경 계획을 발표했고, 지난 4월1일 생애최초주택구입자에 대한 취득세 감면, 복수주택 소유자에 대한 양도세 감면 등의 내용을 담은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박 대통령은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추경•부동산 대책을 국회에서 빨리 통과시켜 줄 것을 촉구했다.
경제민주화 법안 추진에 제동을 건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 같은 박 대통령의 '변화'에 민주당 등 야당은 반발하고 있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대선기간 내놓았던 진심 없는 경제민주화 공약을 흔적도 남김없이 허겁지겁 걷어 들이려는 모양이다”며 “중소기업의 비명소리, 국민의 비판을 못들은 척 대선공약을 위반하려는 것은 잘못된 태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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