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원 받고도 1심 무죄 외교관, 2심서 '유죄'
2013-04-26 17:07:33 2013-04-26 17:10:03
[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수천만원 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경찰 고위간부 출신 외교관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는 결과가 뒤집혔다.
 
서울고법 형사합의1부(재판장 황병하)는 26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박모 전 주중한국대사관 주재관(영사관 겸직·51)에게 "금품의 대가성이 인정된다"며 원심을 파기, 징역 2년 6월에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또 박씨가 받은 4100여만원을 추징하기로 했다.
 
박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박씨와 김씨 사이에 금품이 오고간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알선의 대상이 특정돼 있지 않아 대가성이 없고, 김씨가 박씨에게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며 박씨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뇌물 수수 대가성' 여부에 대한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금품수수 당시 알선의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는 공무원의 지위와 직책 등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엄격한 계급체계로 이뤄진 경찰 조직에서 상위 0.5% 계급인 총경, 0.05% 이내의 계급인 경무관을 역임한 경찰고위 간부 출신인 박씨의 지위를 고려해 볼 때 특정한 알선 사실이 없다고 해도 대가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이어 "박씨는 김씨에게 발생한 형사사건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높은 지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금품수수 당시 알선 사항이 실제로 존재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장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항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알선의 내용이 반드시 구체적이어야 할 필요도 없다. 금품수수 당시 알선의사가 있었다면 실제로 알선행위가 이뤄지지 않았어도 알선뇌물수수죄 성립에 영향이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9년부터 주중 대사관 참사관 겸 영사로 재직 중인 박씨는 2006년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보안1과장 재직 시 친구의 소개로 전자부품제조업체 대표인 김씨를 만났다.
 
박씨는 김씨와 처음 만난 자리에서 "우리 의형제를 맺고 앞으로 서로 돕고 살자. 사업하다 어려운 점은 내가 도울테니 너는 경제적으로 나를 도와라"는 말을 건넸다.
 
박씨는 김씨를 두 번째로 만나 "경무관으로 승진하려면 최소 2억 정도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김씨는 박씨에게 현금 2600만원을 포함해 4200만원 어치의 금품을 제공했다.
 
검찰은 박씨를 뇌물수수 혐의로, 김씨를 뇌물공여 혐의로 각각 기소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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