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태양광 업계가 일본 아베 신조 내각의 공격적 엔저 정책에 발목이 잡혔다.
국내 주요 업체들은 국내외 태양광 시장이 꽁꽁 얼어붙자 시야를 일본으로 돌렸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태양광 발전 수요가 급증하는 일본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최근 엔화 가치가 속절없이 추락하면서 수요 증가에 따른 특수효과가 반감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본 태양광 시장에 진출한 국내 업체들은 엔화 가치 하락으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팔아도 남는 게 없는 장사를 해야 할 판이기 때문.
실제 엔화는 아베 내각 출범 이후 7개월 만에 21% 가량 하락했다. 지난해 9월말 아베 신조가 자민당 총재에 당선된 즈음 100엔당 원화 1440원이던 환율이 최근 1100원대 초반으로까지 추락했다.
국내 태양광 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엔화 가치 하락으로 제품을 팔아도 이전만큼 수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된 탓이다. 국내산 모듈을 비롯한 태양광 관련 제품은 현지 시장에서 중국제품보다 성능은 뛰어나면서 일본 제품보다 낮은 가격이 강점이었다.
하지만 엔화 가치 하락이 지속되면서 이제 판가 인상을 검토해야 할 처지다. 가격 경쟁력 상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얘기다.
일본 현지에서 영업을 담당하는 대기업 관계자는 "엔화 가치 하락분 만큼 가격 인상에 나서게 될 경우 일본 제품과 가격이 엇비슷해진다"면서 "경쟁력 저하가 우려돼 판가 인상에 선뜻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현지에선 전부 엔화로만 거래를 하고 있어 수주를 받아도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엔저로 인한 수익성 하락이 예상되면서 불황을 모르는 일본 태양광 시장이 자칫 '그림의 떡'이 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FIT(고정가격매입제)를 도입하며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정책적으로 독려하고 있다. 출력에 상관없이 태양광 발전을 통해 생산한 전력을 1kW당 42엔(한화 484원)에 매입하자 가정과 산업용 모두 설치 수요가 급증했다.
이러한 정책 기조는 아베 내각에서도 이어져 올해 일본 정부는 1kW당 38엔을 지원키로 했다. 이는 태양광 발전이 활성화된 독일보다 2배 높은 수준으로, 올해 일본에서만 최소 5기가와트(GW) 규모의 수요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공급과잉과 세계경기 침체로 신음하는 국내외 태양광 업체들이 일본 시장을 눈독 들이는 이유다.
그러나 최근 엔저 현상이 그칠 줄 모르면서 국내 기업들의 현지 영업활동을 위축시키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2월부터 엔저가 피부에 와닿기 시작했다"면서 "회사 차원에서 손쓸 방법이 많지 않은 만큼 당분간 외형적보다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화케미칼의 자회사이자 일본 현지 사업을 전담하는 한화큐셀 재팬은 판관비와 운영비를 축소하며 원가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중국 한화솔라원에서 들여온 태양광 제품을 중계 판매하기 때문에 생산원가 절감에 한계가 있어서다. 지난해 독일에서 인수한 한화큐셀도 십분 활용하고 있다.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경쟁사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
LS산전 관계자는 "원가절감과 환헤지 등의 자구책을 통해 엔화 하락에 대응하고 있다"면서 "인버터 등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제품을 패키지로 판매하는 등의 방법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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