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 위반 업체 1.9만개..과태료는 고작 109만원
2013-04-30 16:54:42 2013-04-30 16:57:31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이마트 탄현점, 삼성전자 화성공단, 대림산업 여수공장"
 
최근 주요 산업재해가 일어난 곳들이다. 이마트 탄현점에서는 지난 2011년 기계경비실의 터보냉동기 냉매가스 질식으로 4명이 사망했다. 올해 초 삼성전자 화성공단에서는 불산 누출로 5명의 사상자가 났고, 4월에는 대림산업 여수공장에서 용접작업 중 폭발사고로 6명이 숨지는 등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산업재해에 따른 사건·사고가 빈번해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에는 화재와 폭발, 누출 등 대형사고가 많지만 처벌수위가 낮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9일 민주노총이 고용노동부 통계와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1년 산업재해 사고자는 총 9만3292명이고 산재에 따른 사망자는 2만114명으로 나타났다. 10년 전인 2001년에 비교하면 무려 1만2000명이나 늘어난 수치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많은 곳에 산재도 많아
 
민노총은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이 많은 곳일수록 산재 발생률도 높다"며 "정부가 산안법을 위반한 기업을 솜방망이 처벌한 게 산재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불산 누출사고를 겪은 삼성 화성공장은 1934건, 대림산업 여수공장에서는 1002건의 산안법 위반사실이 적발됐다"며 "삼성 화성공장만 해도 고용부가 대부분 시정명령만 내렸고 과태료도 2억5000만원을 부과하는데 그쳤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2012년 국정감사 자료에서 2011년에 산안법을 위반한 1만9000여개 업체에 대한 고용부의 처벌은 시정조치가 1만6086개 업체고, 과태료를 부과 받은 업체는 전체의 절반도 안 되는 6777개였으며 과태료는 평균 109만원 밖에 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민노총 관계자는 "산재를 예방하고 근로자를 보호할 산안법이 오히려 산재를 합법적으로 만들어 낸 꼴"이라며 "과태료가 이러니 사법처리는 보나마나"라고 말했다.
 
◇고용부.."연도별 산업재해 점차 줄어"
 
고용부 관계자는 "지난해 산재 발생현황을 비롯한 최근 10년간 재해율 추이를 보면 산재가 꾸준히 줄고 있다"며 "앞으로 사업장 내 안전보건관리를 강화하고 사법처리 수준과 과태료 금액을 높여 산재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반적인 산재 발생은 줄었지만 50인 미만 사업장의 산재 발생률은 여전히 높고 최근에는 대형 사고가 많아 관리감독 체계 개선과 제재 강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용부가 지난달 발표한 '2012년 산재 발생현황'에 따르면 제조업종의 5인~49인 사업장에서 넘어짐과 요통, 질병 등의 산재 발생율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규모가 작은 업체일수록 산안법에 대한 관리감독이 부실하다는 뜻으로, 사고 발생율이 높은 위험업종에서 일하는 하청업체 근로자는 원청업체의 책임회피로 제대로 된 보상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노동연구원 관계자는 "하청업체 근로자는 원청업체에서 산재를 당하더라도 일감이 끊길까봐 제대로 보상을 요구하지 못한다"며 "이런 이유에서라도 원청업체는 위험한 일을 하청업체 근로자에 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 책임 강화..영국은 무제한 벌금
 
지난 24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산재사망 처벌 및 원청 책임강화 법 개정 방안 토론회'에서는 산재에 대한 처벌을 과태료 부과 등으로 해결하는 게 문제로 지적됐다.
 
패널로 참석한 강문대 변호사는 "기업이 비용을 줄이는 과정에서 산재가 발생한다는 것을 감안할 때 낮은 과태료는 효과가 없다"며 "중대한 산재가 일어나면 사업주 등을 가중처벌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영업정지 등과 같은 행정조치도 병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재진 대구대 법대 교수는 "산안법 위반이 범죄로 간주되지 않는 현실이 문제"라며 영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기업살인법’(Corporate Killing Law)'을 언급했다.
 
이 법은 기업조직 등의 과실로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고 심각성과 산안법 위반 정도, 감독관과 근로자의 대응 등을 고려해 벌금을 선고하는 제도로, 이 때 벌금 한도는 무제한이다.
 
기업살인법에 대해 민노총 관계자는 "산재에 따른 벌금이 영국은 6억9000만원인데 우리는 50만원"이라며 "산재에 대한 처벌과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기업살인법을 제정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또 "하청업체 근로자들은 산재를 당해도 산재신청을 하면 바로 해고당하는 현실"이라며 "산재 보상제도를 '선 산재승인, 후 심사'로 바꾸고 원청에도 책임을 묻는 구조로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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