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세종시로 이전한 부처의 장관 등 주요 공직자들은 주로 서울에서 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의 '자족성 갖춘 명품 행정수도' 공약이 자짓 빈말로 그칠 수 있어 개선책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무조정실과 국무총리비서실이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9층에 총리 비서실장과 국무 1·2차장 집무실을 비롯한 실·국장 및 직원 사무실 등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조정실과 총리비서실은 지난해 12월 서울청사에서 세종청사로 이전했다.
◇"출장 위한 임시방편" vs "세종시 건설 취지에 역행"
22일 총리비서실 관계자는 "정부 출범 초 대국회·부처 업무보고 등으로 출장인력이 갑자기 늘어나 서울에 사무실을 마련했다"며 "서울 출장인원을 줄이고 사무공간도 축소하겠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행정수도 건설 약속을 어겼다며 비판하고 있다.
23일 민주통합당 세종시당은 성명을 통해 "국무총리실 문제는 세종시의 행정기능을 축소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세종시 건설 취지에 역행한 것"이라며 강하게 성토했다.
새누리당 대전시당도 "국무총리실이 정부세종청사의 조기안착에 앞장서야 함에도 국민 여망과 반대로 가고 있다"며 우려했다.
◇세종시로 이전한 다른 부처는?
현재까지 세종청사에 입주한 부처는 국무조정실과 국무총리실을 비롯해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농림축산식품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환경부 등이다.
이 중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지난 3월24일 취임한 후 주요 일정을 모두 서울에서 치르고 있다.
경제관계장관회의를 비롯해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브리핑, 경제5단체장 합동 간담회 등을 모두 서울에서 진행했다.
성 김 주한 미국 대사와 벳쇼 고로 주한 일본대사,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앨빈 로드 스탠퍼드대 교수 등을 면담한 장소도 서울의 예금보험공사였다.
기재부 관계자에 따르면 현 부총리가 취임식 이후 지난 4월8일까지 세종시에서 숙박한 횟수는 2번밖에 되지 않을 정도다. 농축산부와 국토부, 환경부 간부들의 사정도 현 부총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부-국회 간 범정부 차원 대책 마련 시급
장관 등 주요 공직자들이 꼭 세종시에서만 업무를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이사 등 각종 불편을 감수하고 세종시로 옮긴 일선 공무원 입장에서는 형평성에 어긋나는 게 사실이다.
더군다나 이동과 업무가 불편하다면 개선하는데 주력해야지 오히려 이를 회피하고 서울에서 일정을 소화하겠다는 것은 행정수도 건설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민주당 세종시당은 "박 대통령은 최근 세종청사를 방문해 공무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제반 인프라를 갖추도록 주문했다"며 "정부는 세종시로 정부기관의 차질없는 이전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가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는 "국회 업무 등으로 서울과 세종시를 이동하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서 세종청사에서 해당 상임위로 상시보고가 가능하도록 세종시 국회 분원을 설치해야 한다"며 "대통령에게도 상시보고 할 수 있게 청와대 제2 부속실도 설치하자"고 주장했다.
한국행정학회 관계자는 "세종시에 건물만 지어 놓고는 행정수도라고 할 수 없다"며 "세종시에서도 독자적인 업무와 정책 추진이 가능하도록 자족형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IT 기술을 이용한 전자정부망 구축과 서울에 연락사무소·제2청사를 두는 방안도 있다"며 "업무의 유기적인 연계를 위해 현재 행정부와 공공기관에 한정된 정부기관 이전을 입법부와 사법부까지 확대하는 문제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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