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과 청와대가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논란에 대해 사과와 해명 기자회견을 했지만, 논란이 수그러들기는커녕 의혹과 국민들의 분노만 더 키웠다.
지난 11일 윤 전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열고, 성추행 혐의와 박근혜 대통령 방기 기간 중 혼자 한국으로 돌아온 것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상관인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이 한국으로 돌아갈 것을 지시하고 비행기 티켓을 예매해줬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남기 수석도 기자회견을 열고 윤 전 대변인이 스스로 귀국을 선택했다고 반박했다.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혐의가 청와대의 진실 게임으로 확대된 것이다.
만약 이 수석이 윤 전 대변인에게 귀국을 지시한 것이 사실일 경우, 윤 전 대변인의 귀국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했던 청와대는 사건을 축소•은폐하려고 시도한 셈이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청와대의 거짓말에 더 무게를 뒀다.
그는 트위터에 “’귀국 여부는 스스로 결정하게 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성추행 사실을 인지한 상태였는데 귀국은 알아서 하라고 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며 윤 전 대변인의 손을 들어줬다.
또 청와대는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을 박 대통령에게 늑장 보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수석은 윤 전 대변인이 귀국한 사실을 8일 낮 12시쯤에 들었고, 박 대통령에게 보고는 9일 오전 9시쯤에 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대변인이 성추행 문제로 사라져버린 사안을 하루가 지나서야 보고한 것이다.
이 수석은 당시 박 대통령 일정이 바빠서 보고할 시간이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고의로 보고를 지연시켰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11일 기자회견에서 사과하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사진 = 곽보연 기자)
윤 전 대변인과 청와대의 사과와 해명도 여론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양 쪽 모두 박 대통령에게 사과하고 정작 피해자인 주미 대사관 인턴에게는 사과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온라인에서는 “박 대통령이 성추행 피해자였나”는 불만의 글들이 확산되고 있다.
이언주 민주당 대변인은 이를 ‘셀프사과’라고 비판하며 “이번 사퇴에 대해 최종적인 책임을 져야 할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를 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거꾸로 청와대 수석이 대통령에게 사과하는 어이없는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윤 전 대변인이 자신의 성추행 혐의를 미국과 한국의 ‘문화적 차이’로 발생한 오해라고 해명한 것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이 처음으로 공론화된 미국 교포 온라인 싸이트 ‘미씨USA’에서는 “윤 전 대변인이 한국을 성추행이 문화적으로 허용되는 국가라고 전세계에 알렸다”며 분노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논란이 커지면서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 추가 대책을 내놓으라는 압박은 강해지고 있다.
이언주 민주당 대변인은 “윤 전 대변인은 전 국민이 no라고 할 때 박 대통령 홀로 yes를 외치며 기어이 임명한 인물이다”라며 “박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개인의 도덕성 문제쯤으로 치부하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엄중한 인식으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책임 있는 사과와 원칙에 입각한 후속조치를 조속히 해주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